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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개월간 배송 0건' 사기 명품 쇼핑몰 그런데도 버젓이 영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정거래위원회가 명품 구매대행 쇼핑몰인 '사크라스트라다'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 사이트를 개설하고 영업을 시작했으나 직후부터 “제품을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쏟아진 그 온라인 쇼핑몰이다. 한국소비자원과 서울시 등에 수백건의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해당 쇼핑몰은 여전히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구매대행 온라인 쇼핑몰로 오픈한 '사크라스트라다' 홈페이지의 4일 화면. '카라프'로 상호명을 바꾼 뒤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명품 구매대행 온라인 쇼핑몰로 오픈한 '사크라스트라다' 홈페이지의 4일 화면. '카라프'로 상호명을 바꾼 뒤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 민원 수백건인데 여전히 영업

5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명품 구매대행 쇼핑몰 관련 상담 건수 자료를 보면 올해 7~8월에만 '사크라스트라다' 관련 소비자 민원이 81건 접수됐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민원까지 합치면 200건이 넘는다. 소비자원과 서울시는 지난달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피해주의보를 발령했지만, 해당 사이트는 ‘카라프’로 이름을 바꿔 영업 중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A씨는 지난 7월 해당 쇼핑몰에 28만원을 입금하고 명품 지갑을 구매했지만, 제품을 받지 못했다. 여러 차례 문의해도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응답만 돌아오자 주문을 취소했지만, 입금한 돈은 아직 환급되지 않았다. B씨는 696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사면서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지만, A씨와 마찬가지로 배송 지연이라는 응답만 받았다. 이들은 해당 쇼핑몰이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검색되고 정가보다 10~30% 싸서 구매했다가 피해를 봤다.

배송은 0건, 본사 주소지도 가짜

지난달부터 사크라스트라다 관련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공정위는 사이트 개설 5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해당 쇼핑몰에서 실제 제품을 받은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해당 쇼핑몰 본사는 서울로 등록돼 있지만 해당 주소지에는 사무실이 위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들이 애초 홈페이지를 개설할 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했다고 보고 있다.

명품 구매대행 관련 소비자 민원은 최근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머스트잇‧발란‧트렌비 등 국내 대표적인 명품 구매대행 쇼핑몰과 관련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민원은 1241건에 달한다. 2017년엔 46건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기 목적으로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하더라도 거르기 힘들어져 소비자 피해가 다중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닫을 근거 없어 추가 피해 우려

사크라스트라다의 경우 네이버에서 명품 제품을 검색하면 판매 사이트로 표시되는 등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 피해자만 수백명에 달하지만, 아직 사이트 폐쇄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상 일정 기간 사이트를 폐쇄해 영업을 못 하게 하는 임시중지명령을 검토하고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발동까진 긴 시간이 걸려서다. 법에 따르면 소비자 기만 등 현행법 위반이 명백한 경우에만 임시중지명령이 가능하다.

사기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입증까지 마쳐야 발동할 수 있다 보니 추가적인 소비자 피해를 막는 데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석준 의원은 “현재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 유인이 명백할 경우에만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회복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다수일 경우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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