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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에 875억 안기고 뇌물? 檢 주목한 이화영-쌍방울 '윈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자금 출처를 추적하는 검찰이 쌍방울그룹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검찰은 이화영(59·구속)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북한 희토류 광물자원 개발이란 남북 경협을 재료로 삼아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주가를 띄우고 대가성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가운데 1억원 상당의 나노스 지분도 있는데,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를 측근인 문 모 씨를 통해 차명으로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문 모 씨가 나노스 주식을 차명으로 받기 위해 조합원으로 등록한 제우스1호투자조합은 2017년 쌍방울이 인수한 나노스 전환사채(CB) 200억원 중 100억원 어치를 액면가에 더해 일정 이익을 보장받는 ‘풋 옵션부 전환사채’(매매예약권) 형식으로 인수한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스 주가가 오를수록 매매예약권을 가진 제우스조합과 조합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검찰은 이 조합이 얻은 이익을 이 전 부지사도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방울 처분한 나노스CB, ‘제우스 몫’ 1161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쌍방울 사업보고서를 보면 쌍방울은 2021년 말 기준 총 1161억1000만원 규모의 ‘유동파생상품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쌍방울이 나노스로부터 인수한 CB를 주식으로 바꿀 경우 제우스 조합에 돌아가는 주식의 평가액이다. 이 평가액은 나노스 주가의 등락에 따라 달라졌는데, 2019년 말엔 895억3000만원, 2020년 말엔 704억9000만원이었다. 나노스 주가가 오를수록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제우스 조합의 이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2022년 1월27일 쌍방울은 나노스 CB 130억원을 2022년 전환청구 하는데 이중 100억 원어치가 제우스 조합으로 돌아가게 돼 있었다. CB 전환가액(1주당 456원)과 해당일 나노스 주가 3990원(종가 기준)을 고려하면 제우스조합은 총 나노스 주식 2192만9824주, 875억원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쌍방울·제우스, 나노스CB 인수가보다 7.8배·1558억 이득

지난 4월 1일 서울시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뉴스1.

지난 4월 1일 서울시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뉴스1.

김 전 회장뿐만 아니라 쌍방울 그룹 역시 나노스 CB를 보유하면서 명목상 경영수지를 개선했다. 쌍방울은 CB를 인수한 2017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127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나노스 CB 가치(파생금융자산평가이익) 2248억원 등을 통해 그해 14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쌍방울이 2022년 1월까지 나노스 CB(재무제표 상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에 의존한 ‘착시효과’로 수지를 개선한 만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지난 4월 쌍방울에 대해 “실질적인 재무안정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쌍방울은 2019년 12월, 2020년 1월 각각 50억원, 20억원의 CB를 전환 청구하고 2022년 1월 제우스 조합 몫을 제외한 30억원의 CB에 대해 주식 전환을 청구해 총 683억원의 이익(CB 투자액 200억원 제외)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우스 조합과 쌍방울이 나노스 CB를 전환 청구를 통해 얻은 주식 가치는 전환 당시 기준으로 총 1558억원으로 CB 인수액(200억원)의 7.8배 수준으로 보인다.

이화영·쌍방울 ‘北경협주 윈윈’ 파고드는 檢

2021년 1월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스1.

2021년 1월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스1.

검찰은 나노스가 대북 수혜주로 분류된 점과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1월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중국 심양으로 출국한 점, 그해 5월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함께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직접 접촉해 단천 특구 광물자원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약정하고 합의서를 쓴 점 등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왔다고 보고 이 전 부지사가 받은 돈의 대가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받은 돈은 경기부지사와 킨텍스 대표 재직 시 받은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3대 리스비, 측근 문 모 씨를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받은 임금 9000여만원 등 총 4억여원이다. 이 외에 이 전 부지사의 자녀가 쌍방울 계열사인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에 입사한 것과 차명으로 보유한 1억원의 나노스 지분에도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28일 새벽 이 전 부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쌍방울 부회장 A 씨도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범인도피 등 혐의로 함께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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