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못하는 정치인' 라미란 "난 권력욕 없고 거짓말 싫다"

중앙일보

입력 2022.09.28 15:46

업데이트 2022.09.28 16:43

 영화 '정직한 후보2'는 욕망 가득한 강원도지사 주상숙(라미란)이 자신의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과 함께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그려낸 블랙 코미디극이다. 사진 NEW

영화 '정직한 후보2'는 욕망 가득한 강원도지사 주상숙(라미란)이 자신의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과 함께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그려낸 블랙 코미디극이다. 사진 NEW

“저는 항상 제가 나오는 거 보면 창피하고 마음에 안 들어요. 일단 제 목소리부터 듣기 싫으니까…”

늘 코믹한 연기로 관객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배우 라미란은 영화 ‘정직한 후보2’ 개봉(28일)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의외의 고백으로 입을 열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초입에 개봉했던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웠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팬데믹 영향으로 관객 수는 153만 명에 그쳤지만, ‘무해하게 웃긴 영화’로 입소문을 타며 VOD 서비스 등 안방에서 더 사랑받았다.

“코로나 없는 이제 정직한 성적표…1편 따블만 되길”

2년 반 만에 개봉하는 속편에서 라미란은 다시 한 번 ‘거짓말 못하는’ 정치인으로 돌아왔다. 1편에서 부패했던 자신의 면모가 까발려진 뒤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던 주상숙은 2편에서는 운 좋게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 한층 더 권력욕에 도취된다. 각종 전시행정과 비리 덮기로 연임을 노리던 순간, 이번엔 의원 시절부터 그를 보좌해온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과 함께 ‘쌍으로’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설정이 핵심 포인트다.

라미란은 “2편을 찍는 건 새로운 작품을 한다기보다 드라마의 다른 회차를 찍는 느낌이었다”며 “김무열 배우가 (거짓말 못하는 연기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재밌었다”고 말했다.

전편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떨어진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고향에서 잠행하던 중,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한 걸 계기로 정계 복귀 기회를 얻고 강원도지사에 당선된다. 도지사로 승승장구하며 다시 부패한 정치인으로 회귀하는 주상숙의 모습은 현실 정치인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 NEW

전편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떨어진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고향에서 잠행하던 중,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한 걸 계기로 정계 복귀 기회를 얻고 강원도지사에 당선된다. 도지사로 승승장구하며 다시 부패한 정치인으로 회귀하는 주상숙의 모습은 현실 정치인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 NEW

1편에서는 주상숙(라미란)만 거짓말을 못하게 됐다면, 속편 '정직한 후보2'에서는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함께 저주에 걸린다는 설정이 핵심 재미 포인트다. 사진 NEW

1편에서는 주상숙(라미란)만 거짓말을 못하게 됐다면, 속편 '정직한 후보2'에서는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함께 저주에 걸린다는 설정이 핵심 재미 포인트다. 사진 NEW

‘정직한 후보’로 지난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는 지난 20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1편을 언급하던 중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라미란은 “1편 때 생각이 나면서 (감정이) 올라왔다”며 “그 전 작품들은 대부분 호불호가 갈렸는데, 좋은 반응만 쏟아졌던 건 처음이어서 정말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속편 제작 소식을 처음 듣고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1편 개봉 때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들이 극장에 갈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오실 수 있으니 ‘정직한’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성적이) 1편의 따블(2배)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정직한 후보'로 지난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라미란은 "후보로 지명된 것도 신기했다. 여성 주연 영화가 많이 없어서 끼워주셨나 싶었다"며 "2편으로 또 상을 노리는 건 욕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NEW

'정직한 후보'로 지난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라미란은 "후보로 지명된 것도 신기했다. 여성 주연 영화가 많이 없어서 끼워주셨나 싶었다"며 "2편으로 또 상을 노리는 건 욕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NEW

속편에 임하는 배우라면 으레 부담감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라미란은 관련 질문에 “부담은 감독님이 가져야죠”라는 웃음기 섞인 답을 내놨다. “제가 부담을 갖고 연기하는 순간 더 경직되지 않을까요. 그러니 말로라도 부담감 없다고 얘기하면서, 촬영할 때 최대한 제멋대로 까불고 놀려고 했어요. 그렇게 연기를 마치고 평가를 기다릴 때 드는 감정은 부담이라기보다는 걱정이죠.”

“난 권력욕 없고 거짓말 싫어…주상숙 나빠보일까 걱정”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치타 여사’부터 영화 ‘걸캅스’ 등 능숙한 코믹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 라미란이기에 실제 모습도 비슷할 것 같지만, 그는 “예전엔 MBTI(성격유형)가 E(외향형)였는데, 지금은 I(내향형)로 바뀌었다. 수줍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대통령 앞에서 막춤을 추는 등 코믹 연기를 한껏 펼쳐냈으나 “부끄럽고 창피한데, 돈벌이니까 어떻게든 텐션을 끌어올려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주상숙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전혀 없다”며 “저는 권력욕도 없고, 욕하고 거짓말 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 이렇게 나대는 인물 자체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영화 '정직한 후보2'에서도 몸을 던지는 코믹 연기를 능숙하게 쏟아냈지만, "사실 웃음기 뺀 연기가 더 편하다. 코믹 연기는 오버액션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안 웃기면 되게 민망해서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NEW

라미란은 영화 '정직한 후보2'에서도 몸을 던지는 코믹 연기를 능숙하게 쏟아냈지만, "사실 웃음기 뺀 연기가 더 편하다. 코믹 연기는 오버액션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안 웃기면 되게 민망해서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NEW

욕망 덩어리의 부패 정치인 주상숙을 관객이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데는 배우의 몫이 크다. 라미란은 “아무리 주상숙이 초심을 잃은 상태라지만, 본성 자체가 너무 나빠 보이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을 1편 때부터 끊임없이 했었다”며 “그런데 어느 지점부터는 그냥 ‘내 안에도 때 묻고 추악한 면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걸 최대한 끌어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되게 나빠 보이는 인물을 그래도 호감 가게 그릴 수 있는 배우로 제가 떠올랐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계속 날 쓰는 게 아닐까 싶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로 원톱 주연으로서 존재감을 굳혔지만, 코믹한 캐릭터로만 기억되는 건 배우로서 원치 않는 부분이다. 라미란은 “다른 느낌의 역할도 많이 했는데, 기억을 못해주시는 것 같다”며 “저 나름대로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곧 개봉하는 ‘고속도로 가족’ 등에서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저 배우 연기 지겹다’고 느끼는 때가 최대한 늦게 왔으면 좋겠다”는 라미란은 앞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반짝 하고 지는 게 아닌, 오래 살아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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