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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의회 정회, 남아공 특수부 해체 위헌"...검수완박 해외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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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위헌성을 따질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절차가 법무부와 국회 측의 공개변론으로 시작된다. 지난 6월 말 276쪽 분량의 청구서를 통해 검수완박법의 위헌성을 주장했던 법무부 측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스라엘·영국 등 해외 사례를 앞세워 검수완박법 통과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하자를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검수완박법이 국민 전체가 아닌 의회 다수당의 정파적 이익에 더 부합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남아공 檢 반부패 특수부 해체 위헌”

검수완박법 위헌 여부를 따질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응원 등의 메시지가 담긴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검수완박법 위헌 여부를 따질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응원 등의 메시지가 담긴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27일 시작되는 헌재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서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나서는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의 유사 사례를 중심으로 검수완박법의 위헌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2009~2018년 재직한 남아공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검찰의 반부패 특수부를 해체하고 검사의 독립된 기능을 경찰로 넘기려고 한 사례를 ‘정치적 다수세력에 의한 독립기관 포획’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방어할 헌재의 역할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정치적 다수세력(아프리카민족회의·ANC)이 독립기관의 활동을 사로잡는 것을 포획이라고 한다”며 “남아공 헌재가 결국 위헌 결정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이 정파적 입법”

지난 5월 3일 국회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에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5월 3일 국회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에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검수완박법이 국민보다 특정 정당의 부분·특수 이익에 더 가깝다는 점도 부각한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내용의 헌법 제46조 ②항을 근거로 “국회의원은 전 국민을 대표할 것(전 국민 대표성)과 양심에 비춰 무엇이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결정(자유 위임)해야 하는데 이것이 의회주의”며 “검수완박법이 특정 정파의 ‘부분이익’에 포획된 것이라면 위헌”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고발인 이의신청 폐지와 기존 대비 지나치게 복잡해진 형사사법 절차가 일반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 담았다.

“브렉시트 저지용 英의회 정회도 위법”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막기 위해 임시회 회기를 30→22일로 쪼개 무력화(회기 쪼개기)하고,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해 검수완박법이 안건조정위원회를 넘은 것 등 절차적 하자도 주요한 위헌 논거가 될 전망이다. 회기 쪼개기와 관련해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영국의 의회 정회 조치가 불법 결론을 받은 예도 제시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생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생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당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그해 8월 28일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같은 해 10월 14일에 ‘여왕 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이 이를 승인하면서 영국 의회는 정회를 했다. 영국에서는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데, 그해 10월 31일 브렉시트를 앞두고, 존슨 전 총리가 여왕 연설을 이용해 의회 토론을 봉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 대법원은 그해 9월 24일 “장기 정회는 정상이 아니며 민주주의 원칙과 입법 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시킨다”며 총리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교수는 “회기 쪼개기도 결국 다수당이 의회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유사성을 강조했다. 이 외에 2017년 이스라엘 대법원이 조세 개정안 최종안 접수 시 모든 국회의원이 제대로 입법 과정에서 참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법안을 파기한 사례도 거론한다.

이 교수는 위장 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 종료나 회기 쪼개기를 통한 필리버스터 중지와 관련해 “국회는 정치적 공론장으로서 300명의 토론을 통해 마지막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은) 질의·토론을 요소로 하는 의회민주주의 원리를 본질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그 법은 내용을 떠나 국민을 구속할 도덕적 힘이 없다”고 말했다.

“고발인 이의신청 삭제 등 위헌 아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국회 측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국회법에 따른 심의·의결 절차를 거친 정당한 입법이라고 주장한다. 또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에 대해선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불송치한 사건을 검토할 수 있고, 재수사 요청·사건 송치 요구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경찰이 검찰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수사개시 검사가 공소유지를 할 수 없고,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규정도 수사 당사자인 검사가 가질 수 있는 유죄 확증편향과 인권 보호를 위해 적법하다는 견해도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공개 변론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선화 대검 공판송무부장, 김석우 법무부 헌법쟁점연구TF 팀장 등이 출석한다. 법무부 측 대리인으로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나선다. 국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인 장주영 변호사(법무법인 상록)와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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