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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서울시향 새 음악감독 즈베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네덜란드 출신 현 뉴욕필 음악감독 야프 판 즈베던(61)이 2024년부터 5년 임기로 서울시향을 이끈다는 소식이 이달 초 화제였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베를린필, 빈필과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18세 때 이 악단의 최연소 악장(바이올리니스트)로 부임한 즈베던은 거장들의 지휘를 보고 배웠다. 댈러스·홍콩·뉴욕에 이어 서울의 마에스트로가 되는 즈베던을 외신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뉴욕 타임스는 즈베던의 이번 서울행을 “강렬하고 세심한 네덜란드 출신 마에스트로의 틀에 박히지 않은 시도”라고 평하며 서울시향을 “아시아에서 가장 두드러진 앙상블”이라고 소개했다. 또 “뉴욕필에 부임하기 전 댈러스 심포니에 재임하면서 앙상블을 업그레이드한 즈베던은 시즌당 500만 달러가 넘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휘자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레노베이션을 끝내고 10월 개관하는 데이비드 게펜 홀에 뉴욕 필이 적응하도록 하고 후임자를 함께 물색한 뒤 떠날 계획이라는 등 끝까지 자기 자리를 마무리하는 즈베던의 모습을 부각했다.

2024년부터 서울시향을 이끌 야프 판 즈베던. [사진 Brad Trent]

2024년부터 서울시향을 이끌 야프 판 즈베던. [사진 Brad Trent]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서울시향의 개성을 즈베던이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즈베던의 레퍼토리를 베토벤·쇼스타코비치·브루크너·말러·차이콥스키·엘가·프로코피예프 등으로 소개했다. 서울의 청중이 많이 듣게 될 프로그램으로 예상된다. 교향악의 기본인 고전과 낭만음악의 기틀을 다지며 앙상블의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현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 시절 서울시향의 레퍼토리가 대중에게 흥미를 주지 못하고 악단에는 앙상블 강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향의 동시대 작곡가 연주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가 없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즈베던이 오면 음악팬들이 빠져들 수 있는 레퍼토리들의 기본을 다져줬으면 한다.

호주의 ‘바이올린 채널’에서는 “서울시향은 NHK심포니, 홍콩필과 더불어 극동지역 베스트3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단원들은 야심만만하며 최고가 되길 원한다”고 즈베던이 말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관객 입장에서 즈베던에게 기대하는 실질적인 이득은 새 음악감독이 오면서 서울시향을 찾는 객원지휘자들과 협연자들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즈베던이 지휘대에 없을 때도 명성 있는 객원지휘자를 볼 수 있고, 서울시향 공연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협연자를 볼 수 있는 음악애호가들의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서울시향은 내년 2023년 초를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오스모 벤스케와의 고별 시즌으로 준비해 예의를 갖춘다. 많은 객원지휘자도 볼 수 있다. 기대되는 건 2024년부터다. 즈베던의 색채가 농후한 프로그램으로 비로소 새로운 음악감독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