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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흐름 내년이면 꺾일 것…원화가치는 中경제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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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어 코로미나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거시전략 담당 이사

제비어 코로미나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거시전략 담당 이사

미국 달러가치가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상대적으로 원화는 더 밀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21일까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다 매서운 속내까지 내비친 게 가장 큰 이유다.

英 외환 전문가 제비어 코로미나스 인터뷰

이제 1980년대 초 ‘수퍼 달러’가 재연되는 것인가.

그때 Fed가 인플레이션 파이팅하는 바람에 달러 지수(DXY)가 100선에서 160선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강달러를 견디지 못해 일본과 당시 서독 등을 압박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야 했다(1985년 플라자합의).

미국 달러 가치 흐름

미국 달러 가치 흐름

이런 역사가 재연될지를 알아보기 위해 중앙일보가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제비어 코로미나스 거시투자전략 담당 이사를 줌(Zoom)으로 인터뷰했다. 코로미나스는 달러 가치가 치솟고 있는 와중에 최근 ‘하락의 조건’을 제시한 보고서( Central banks need to be more hawkish to challenge the dollar)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달러 가치가 너무 오른다. 원인부터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몇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Fed가 긴축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상대적으로 늦게 긴축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다 팬데믹 영향도 있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인 일탈이 발생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작용해 올해 1분기부터 미국의 안팎의 달러 자금 시장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했다. 달러 수요는 늘어난 반면 Fed가 조절하는 공급은 정체됐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는 달러 가치가 약세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에너지 가격과 달러 가치가 나란히 올랐다. 이유가 궁금하다.
원유-달러 사이 상관관계가 변했다. 과거엔 원유가 오르면 달러가 약세였다. 하지만 요즘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 국가로 바뀌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유럽이 미국산 천연가스(LNG)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 미국이 원유 수출도 많이 하고 있다. 에너지 값이 오르는 만큼 미국의 무역수지가 좋아진다. 달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캐리 트레이더 등에겐 좋은 시절이었다(웃음).  
맞다. 미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나라의 자금으로 미 달러 표시 자산을 사들이는 캐리 트레이딩이 활발했다. 그 바람에 달러 가치는 더 오르고, 다른 통화 하락은 더 심했다. 하지만 이런 캐리 트레이딩 조건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달러 가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인가.  
달러 가치는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달 21일 인플레이션 파이팅 의지를 재확인했다. Fed 내부자들의 전망도 상당히 매파적이었다. 사실 올해 8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기 전까지 미 월가 등은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8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8.3%에 이르러  Fed의 방향 선회를 기대하는 시각이 거의 사라졌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달러 가치가 떨어질까.
최근 40~50여년 역사를 보면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마친 뒤 평균 9개월 정도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봤다. 인상 종료와 인하 시작 사이가 9개월 정도였다는 얘기다. Fed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ECB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진다면 달러 변곡점은 내년에 찾아올 수 있다.

코로미나스는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최근 하락도 주목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달러 강세 흐름이 약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화나 원화 등 개별 통화가치 움직임은 달러 지수의 흐름과 다를 수 있다.

일본은행(BOJ)이 엔화 가치 하락을 수수방관하다 최근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가치 하락을 조절하고 있다.
달러당 엔화 값이 140엔선까지 하락하는 바람에 일본 내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계층이 나타났다. BOJ가 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Fed 긴축 의지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전제 엔화 가치가 아래 달러당 150엔 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본다.
원화 가치 하락

원화 가치 하락

이제 한국 원화의 미래가 궁금하다. 요즘 한국에서는 원화 가치가 달러당 1400원 선 이상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한국 내에서 외환위기 우려까지 일고 있다.
하하!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는다고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기억과 상처를 떠올릴 수는 있지만, 그런 위기가 발생할 조건이 지금은 아니다. 다만, 나 같은 외국 분석가들의 눈에 원화 가치는 중국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비친다.
원화 가치가 중국 경제에 달렸다는 말로 들린다.
한국 수출시장 가운데 중국 몫이 아주 크다. 중국 경제 회복 여부에 따라 원화 가치가 변동한다고 보는 게 해외 분석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팬데믹에 강경하다. 지역을 봉쇄하곤 한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있다. 중국 경기가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코로미나스의 말대로라면, 원화 가치 안정 또는 회복 조건은 두 가지다. 한·미 정책금리 차이와 중국 경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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