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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재활용 하겠다' 공시 하나로…80% 급등한 이 회사 [앤츠GO]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화가치 하락과 미국발 악재 탓에 국내 주식시장이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급등하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2차전지 폐배터리 리사이클(재활용) 업체들인데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숨은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죠.

대표주는 올해 7월 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성일하이텍입니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207.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증거금 20조1431억원을 끌어모았습니다.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크게 올라 현재는 공모가(5만원)의 3배 가까운 14만 원대. 성일하이텍에 이어 8월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새빗켐은 무려 공모가(3만5000원)의 4배까지 치솟았습니다.

특히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에 뛰어든다는 공시 하나로 주가가 3개월만에 80% 넘게 뛴 업체가 있는데요. 바로 코스모화학입니다. 460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시했더니 시가총액이 4000억원 넘게 뛰어올랐죠. 코스모화학이 공시한 계획대로라면 2024년까지 니켈 4000t, 코발트 2000t, 리튬 1000t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코스모화학은 2011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양극재에 들어가는 황산코발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만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이라고 할 때 바로 떠오르는 회사는 아닌데요.

▶이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바로 할 수는 있는 건지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건지 ▶성일하이텍은 2008년부터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에 올인했다는데, 이제 막 공장을 지은 코스모화학은 기술 경쟁력이 있는 건지 ▶3개월 만에 80% 주가상승은 합리적인지… 건강한 주식맛집 앤츠랩의 새로운 코너 앤츠GO는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구독자 전용 게시판(https://bbs.joongang.co.kr/antslab)에 궁금한 점을 남겨주세요.

앤츠GO는 지난 21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코스모화학 본사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안성덕 대표와 김주용 전지소재사업부장을 만나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듣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안성덕 코스모화학 대표이사(부회장)가 지난 21일 울산 울주군 코스모화학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광우 기자

안성덕 코스모화학 대표이사(부회장)가 지난 21일 울산 울주군 코스모화학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광우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요. 
기존에도 '황산코발트'라는 2차전지 양극재 원료를 생산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콩고에서 나오는 코발트 원광석을 가져다가 제련하는 방식이었고요. 원광석의 유통을 중국 업체들이 거의 독점하다보니 원료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고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휴대전화 배터리에서 나오는 폐스크랩(LCO)도 원료로 사용하고 있죠. 앞으로 투자할 설비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NCM)에서 나오는 폐스크랩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준비를 해왔던 거죠. 오히려 너무 빨리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뛰어들어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기존 사업의 연장선인 거네요.
원료로 무엇을 사용하는지에 차이만 있을 뿐 결국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공정 개발을 통해 현재는 원광석을 제련하는 기술뿐 아니라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원료를 재활용해 생산하는 기술까지 완벽하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 두 가지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회사는 코스모화학이 유일합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만 놓고 보면 성일하이텍은 2008년부터 했다는데, 코스모화학은 이제 시작 단계 아닌가요. 
연구·개발한 걸로 따지면 저희는 2007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1년이 빠르죠. 그리고 사실 원광석을 제련하는 게 양극재 공장에서 나오는 불량 스크랩과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하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더 고난도입니다. 원광석에는 스크랩보다 불순물이 많고 예측 불가능한 원소들이 들어있어서죠. 지금 건설 중인 신설 공장도 저희만의 신기술이 적용돼 특허 출원까지 마친 첨단 공장입니다.
코스모화학 직원이 휴대전화 폐배터리를 분쇄해 만든 블랙파우더를 가리키고 있다. 코스모화학은 이 블랙파우더와 코발트 원광석 등을 원료로 2차전지 배터리의 소재가 되는 황산코발트로 만든다. 강광우 기자

코스모화학 직원이 휴대전화 폐배터리를 분쇄해 만든 블랙파우더를 가리키고 있다. 코스모화학은 이 블랙파우더와 코발트 원광석 등을 원료로 2차전지 배터리의 소재가 되는 황산코발트로 만든다. 강광우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매출이 얼마나 나올까요.
현재 광물 시세가 유지된다면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더 커지고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기적으로 가격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설 공장은 얼마나 준비됐나요.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주요 기계 장치 발주를 대부분 마쳤습니다. 전반적인 공정률로 보면 50%는 진행됐다고 보면 됩니다. 토목·건축 공사는 아직 20% 정도 진행돼 있어서 지금은 공장을 봐도 비어 있죠. 원래 건축 공사가 제일 늦게 진행돼서 그런 거고요. 내년 3월에는 완공될 예정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상황과 최근 포스코의 태풍 피해 등으로 건설 기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코스모화학이 총 460억원을 들여 조성하고 있는 폐배터리 리사이클 시설 공사 현장. 현재는 기존 설비 철거 작업이 대부분 완료됐고, 이 안에 들어갈 기계 장치 발주는 대부분 마무리됐다고 한다. 강광우 기자

코스모화학이 총 460억원을 들여 조성하고 있는 폐배터리 리사이클 시설 공사 현장. 현재는 기존 설비 철거 작업이 대부분 완료됐고, 이 안에 들어갈 기계 장치 발주는 대부분 마무리됐다고 한다. 강광우 기자

자회사 코스모신소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많아요. 
2차전지 배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원소재(코발트 등)→전구체→양극재→배터리 순이에요. 저희는 원소재를 만들고, 코스모신소재는 양극재를 생산해왔죠. 중간 단계인 전구체는 생산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코스모신소재도 전구체 생산 시설을 만들고 있어요. 그 시설은 우리 공장 안에 있어요. 완공되면 원소재부터 양극재까지 수직계열화가 완성됩니다. 저희 입장에선 안정적인 판매처가 확보되는 셈이죠.
코스모화학의 자회사인 코스모신소재가 조성하고 있는 전구체 생산시설 건설 현장. 코스모화학 공장 안에 있어 코스모화학 리사이클 시설이 완공되면 핵심 소재들을 파이프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강광우 기자

코스모화학의 자회사인 코스모신소재가 조성하고 있는 전구체 생산시설 건설 현장. 코스모화학 공장 안에 있어 코스모화학 리사이클 시설이 완공되면 핵심 소재들을 파이프라인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강광우 기자

수요가 늘어나면 현재 투자 계획이 더 확장될 수도 있겠네요.
추가 생산설비 증설은 당연히 고려 대상입니다. 전기차 성장세에 따라 검토할 계획입니다. 
대기업들도 진출하고 있어서 원료 확보의 어려움은 없을까요.
그런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리사이클 사업은 결국 두 가지, 원료의 고도 정제 기술과 원료 확보 문제를 해결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은 지나야 현재 길에 다니는 전기차의 배터리가 폐배터리로 수집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원료 수급이 어려울 겁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자신들의 차량 배터리를 수집해 갈 가능성도 크죠. 코스모화학은 이런 어려움에도 원광석을 제련할 기술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폐배터리 원료가 부족하면 원광석으로 만들면 됩니다. 또 2~3년 뒤에는 전기차의 폐배터리들을 직접 받아와 원료로 생산하는 전처리 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코스모화학이 어떤 회사인지 이제 감이 좀 오시나요?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동종 업계 관계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최근에 리사이클에 뛰어든 업체들이 매우 많은데요. 그중에 코스모화학은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력은 있어 보입니다. 다만 폐배터리 리사이클 기술은 원광석을 제련하는 기술과는 또 다르거든요. 사업 초기에 재료들을 추출하는 공정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업계 관계자)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저평가 구간은 지난 것 같아요. 제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만9000원이었습니다.(23일 종가 기준 2만6500원) 여기서 주가가 더 오르려면 자회사인 코스모신소재의 주가가 더 올라가든, 동종 업체들의 주가가 더 오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 같아요. 리사이클 산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본궤도에 오르는 데 시간은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코스모화학의 사업은 2024년에 시작하지만 업계에선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기를 2025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규상 하나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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