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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된 네이버 블로그의 '역주행'…MZ세대 붙잡은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Editor's Note

85만 명. 올 6월부터 8월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매주 일기를 쓴 사람 숫자입니다. 론칭 19년 된 서비스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블로그 사용자 중 약 70%가 10~30대라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에 익숙한 ‘이미지 세대’가 텍스트로 돌아온 거죠.

블로그의 이런 재도약을 이끈 사람이 있습니다. 네이버의 사내 독립기업인 아폴로CIC의 김승언 대표입니다. 김 대표는 지식IN·블로그 등 네이버의 사용자생산콘텐츠(UGC)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열리는 폴인세미나 ‘네이버 블로그, '제2 전성기' 부른 락인 전략’을 앞두고, 그를 미리 만나 봤습니다.

김 대표는 블로그가 다시 화제의 중심이 선 데 대해, “K팝 차트 역주행만큼이나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츠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14화 중 일부입니다.

경기도 성남의 네이버 사옥에서 만난 김승언 아폴로 CIC 대표. ⓒ폴인, 송승훈

경기도 성남의 네이버 사옥에서 만난 김승언 아폴로 CIC 대표. ⓒ폴인, 송승훈

19살 된 블로그, 역주행의 비결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 수가 늘었습니다. 배경이 뭘까요?

‘글쓰기’와 ‘기록’의 가치를 새롭게 알아본 분들이 많아진 거로 보입니다. '사람은 생각을 이미지로 하는 게 아니라 단어나 문장으로 한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영상미디어가 주목받고 다양한 매체가 생겨났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는 여전히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이죠. 그 '기록의 수단'으로서 네이버 블로그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듯합니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대폭 올랐어요. 3년 전 대비 30%, 5년 전 대비 53%라는 큰 증가 폭을 보였죠.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요?

활성 사용자 중 10~30대 비중이 70%입니다. 그중 20대 사용자의 40%가 신규 가입자라 더 기쁩니다. 마지 K팝 차트 역주행한 기분이랄까요(웃음). 요즘 Z세대는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먼저 접한 세대입니다. 사용자 조사를 해보니, 이분들에게 블로그는 오히려 새로운 서비스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단문이나 사진·영상을 남기는 데 익숙하다 보니, 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인 블로그를 더 신선하게 여기는 거죠.

또 코로나19도 사용자들이 블로그로 돌아오게 만든 요인입니다. 상대적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된 거죠. 오롯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다 보니, 하루를 차분히 정리하고 기록하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활용하게 됐습니다.

블로그 서비스가 지닌 ‘느슨한 관계’의 장점도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서비스(SNS)는 현실의 지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입니다. 하지만 블로그는 느슨한 네트워크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부담을 덜 느끼는 듯합니다. 이런 점이 MZ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판단합니다.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며 메인 사용자도 교체됐습니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흐름을 바라보는 건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죠.

지식IN·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두루 담당했습니다. 서비스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뭔가요?

저는 블로그를 ‘사용자의 집’이라 생각합니다. 친구네 놀러 갔을 때, 내 취향과 안 맞을지언정 그 집을 통째로 바꾸려 들진 않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포맷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기획하려 노력합니다. 또 ‘집’을 수리할 때도 단번에 뜯어고치기보다, 조금씩 고치며 피드백을 받고 다음 수정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사용자의 집인 블로그를 서비스 운영자가 함부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서비스를 기획할 때 크게 3가지 포인트를 생각합니다. ①사용자에게 좋은 기획이냐 ②회사에 좋은 기획이냐 ③파트너에게 좋은 기획이냐. 기획에 대해서도 계속 던져보고, 돌다리를 두드려 가며 진행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지런해야 하지만, 그게 모두에게 좋은 기획이라 생각해요.

오래된 서비스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고도화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20년 가까이 운영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건 사실 신규 서비스를 만들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기술적인 얘기를 먼저 하고 싶네요. 블로그의 코드를 들여다보면, 20년간의 개발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기능이 계속 추가되고, 엔지니어들도 계속 바뀌어왔죠. 그래서 아주 간단한 코드 변경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이런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져 큰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죠.

서비스 운영상 이러한 부분을 잠재적 리스크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개발팀과 함께 기술 코드를 최신 기술로 교체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블로그의 외관은 그대로라고 느낄 수 있지만 ‘뒷단’의 여러 기능과 엔진은 새롭게 바뀐 상태입니다.

기획과 설계 측면에서는 ‘사용자의 익숙함’이라는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19년을 이어왔습니다. 가령 저희가 에디터 기능을 개선해 ‘스마트 에디터’를 오픈한 적 있는데요. 일방적으로 새 버전으로 전환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버전을 그냥 두고 자연스럽게 새 기능으로 이동하도록 했죠. 사용자의 ‘익숙함’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김승언 대표는 “블로그는 사용자의 집”이라고 말한다. ⓒ폴인, 송승훈

김승언 대표는 “블로그는 사용자의 집”이라고 말한다. ⓒ폴인, 송승훈

‘현재 내 일’에만 갇혀 있지 말라

디자이너 출신으로 디자인설계 총괄과 UGC 서비스 대표를 겸하고 있는데요.  

회사가 디자이너 출신인 저에게 사용자생산콘텐트(UGC) 서비스를 맡긴 이유는, ‘사용자’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저는 후배들에게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늘 얘기합니다. 또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자질 중 하나가 ‘눈치’라고 생각해요.

사용자를 중심에 두지 않은 서비스는 없지만, UGC 서비스는 그야말로 ‘사용자의 서비스’입니다. 사용자의 니즈를 잘 이해하고 항상 사용자 눈치를 보면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보다 다양한 영역에 도전한 이유가 있을까요?

2003년 사원으로 입사해 안 달아본 직함이 없습니다(웃음). 디자인·마케팅·서비스기획 일을 했고요. 네이버 한글 캠페인이나 브랜딩도 했습니다. NHN 시절엔 미국 지사에서 김범수 현 카카오 (이사회) 의장님과 함께 한게임을 담당하고, 게임마케팅 총괄도 했었죠.

한 가지 분야만 평생 하는 것이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다. 나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스페셜리스트다.

제가 평소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려면 분야의 한계를 두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변화가 빠른 저희 산업군의 특성상, 한 가지 업무에 올인했을 때 그 업무 자체의 중요도가 떨어지면 그 업무를 맡은 사람까지도 조직 내 입지가 줄어드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나의 전공’ ‘내가 지금 담당하는 일’에만 갇혀 있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유연하고 넓게 다양한 일을 소화할 수 있는 안목과 체력을 길러야 해요. 또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요. 오래 일하기 위해 이 두 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특히 모바일 시대의 서비스는 수많은 사항을 고려해 빠르게 개발이 이뤄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직관적 판단에 기반을 둔 빠른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서비스 전체를 보는 안목을 기르는 훈련이 꼭 필요하죠.

네이버 디자인센터장으로 오프라인 행사도 많이 개최했습니다. 특히 염두에 둔 포인트가 있다면요?

(후략)

더 많은 인사이트를 듣고 싶다면

‘주간일기 챌린지 캠페인’ 등 20년간 블로그 사용자를 ’락인’한 네이버의 핵심 전략은 오는 29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에서 공개된다. 세미나는 유튜브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금 폴인에서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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