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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중고 현실로 “상반기 생산비용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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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중앙포토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중앙포토

경북 구미에 있는 가전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섰다. 이 회사 재무담당 임원은 “원료 대금부터 물류·인건비까지 안 오룬 게 없다. 대체로 3~10%는 원가가 올랐다”며 “임대료부터 출장비, 교통비 등 모든 비용을 최소화하는 하는 중”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임금·원자잿값·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영향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부담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기업 생산비용 증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생산비용이 지난해보다 8.7% 늘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8%)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다. 최근 10년(2011~21년) 증가율 평균인 1.9%와 비교해도 4.6배 높다.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

이 가운데 임금 인상이 3.2%포인트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는 3%포인트, 환율 2.5%포인트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비용이 10.6% 늘어 서비스업(6.6%)보다 증가 폭이 컸다. 특히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정제(28.8%)와 화학(10.5%), 구리·알루미늄·철광석 등 광물을 중간 투입물로 사용하는 비금속(9.7%), 1차 금속(8.2%), 금속(7.2%) 등에서 생산비용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제조업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수입 원자재를 많이 필요로 해 국제 유가나 광물 가격,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현재의 기업 생산비용 증가는 상당 부분 거시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의 여파로 보건복지, 사업지원, 도소매 등 저부가 서비스업에서도 생산비용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 산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해 비용을 서비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영세 소상공인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고용 감축, 사업장 폐쇄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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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안정적 확보, 금융 지원 절실”

이에 따라 안정적 원자재 공급라인 확보와 에너지 가격 변화에 강한 산업기반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담겼다. 수입품 가격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업은 원자재별로 ‘공급 부족’ ‘전량 수입’ ‘수급 양호’ 품목 등으로 구분해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구조 개선, 해외자원 개발 등의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 저부가서비스업의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금리 부담 경감, 추가적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등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기업 내부적으로 생산비용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생산성 향상 지원, 에너지 가격 변화 대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풀어 기업의 투자와 기술 혁신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SW)·연구개발(R&D) 등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지식 전파를 통해 생산성 증대를 이끌어야 한다”며 “에너지 측면에선 국내 산업을 탈탄소 및 에너지 절감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민간·공공의 협업을 통해 에너지 저감 기술을 개발과 상용화 촉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의 부문별 원가구조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원자재, 원·달러 환율, 임금 증가율 등을 대입해 가격파급 효과를 추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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