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李 조폭 연루" 박철민 말 믿었다…檢이 장영하 살린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9.17 05:00

업데이트 2022.09.18 09:02

검찰이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폭 연루설과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한 장영하 변호사의 허위사실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건 제보자인 전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박철민씨로부터 속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사실공표죄는 ‘거짓임을 알고도 공표했다’란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는데 장 변호사는 박씨 제보를 진실로 믿었다는 뜻이다.

중앙일보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이상현)의 장 변호사에 대한 불기소결정서를 입수했다. 검찰은 결정서에서 “장 변호사는 박씨의 제보 내용 및 제공 자료를 진실한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며 “장 변호사에게 ‘허위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결정서에 “장 변호사는 박씨로부터 관련 의혹에 부합하는 듯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사실확인서, 진술서, 돈다발 사진, 박씨가 지목한 장모씨가 뇌물을 전달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 기재된 편지 등을 제공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 등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15년 현금 1억5000만원을 받는 등 총 20억원을 지원받았다는 박씨의 제보가 사실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장영하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박철민의 사실확인서 등을 신뢰하는 이유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영하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박철민의 사실확인서 등을 신뢰하는 이유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경찰이 파악한 범죄사실에는 장 변호사가 폭로 전 박씨의 제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검증하지 않았다는 상반된 내용이 담겼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대장 이충섭)는 이 사건 송치결정서에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검증 후 이를 공표해야 하는데도 제보 내용에 대한 확인·검증 없이 그 내용과 자료가 국정감사장에서 공표될 것임을 알면서 경기도 국감을 준비 중인 김용판 의원(국민의힘)에게 넘겨줬다”며 “제보 내용 및 관련 증거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제보 내용이 허위일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서도, 경기도 국감장에서 이 대표의 조폭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현금 사진 등 관련 자료와 함께 공개하는 방법으로 대선 후보가 되고자 하는 이 대표에게 불리하도록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적시했다.

실제 장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9일 박씨가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한 두 명의 장모씨로부터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튿날인 10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씨의 사실확인서, 진술서, 현금 사진 등이 모두 사실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같은 해 11월 2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당시는 현금 사진이 과거 박씨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의혹과 무관한 사진임이 드러나고, 현금 전달책으로 지목된 장씨가 뇌물 전달을 인정하는 내용의 편지를 박씨에게 보낸 것과 관련해 편지 내용 일부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장 변호사가 박씨의 진술서 및 사실확인서의 내용과 현금 사진 등이 허위의 사실인 것을 알았다”고 결론짓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하며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후 돈다발 사진은 의혹과 무관한 박철민씨의 과거 페이스북 사진으로 드러났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0월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하며 돈다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후 돈다발 사진은 의혹과 무관한 박철민씨의 과거 페이스북 사진으로 드러났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대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박씨는 2016년 2월 국제마피아파를 탈퇴하면서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에 대한 범행 사실을 제보해 다수의 조직원들이 처벌받은 사실이 있고, 장 변호사도 이러한 점을 지난해 9~10월 박씨 접견 과정에서 알게 됐다. 박씨는 의혹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독자적인 검증 활동을 하려는 장 변호사에게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자신을 믿고 기다리라는 취지로 수회 얘기해, 장 변호사 입장에서 의혹에 대한 독자적인 검증 활동을 하는 데 다소 제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이 출석요구 불응 등을 이유로 신청한 장 변호사에 대한 체포영장은 청구해 발부받았지만, 체포 이후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하는 등 양측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 변호사를 고발한 민주당은 제보자인 박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장 변호사에겐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하며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에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신청 이유를 받아들이면 즉시 기소하게 되고, 신청 이유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사건 기록과 증거물은 서울고법에 송부된다.

서울고법이 심리 후 신청 이유를 받아들이면 직권으로 기소가 가능하다. 야권에서는 장 변호사의 변호인이었던 석동현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란 점이 검찰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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