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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 물가 잡기 한계” vs “팬데믹 뒤 경기 사이클 독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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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 물가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8.3% 상승했다. 한 달 전인 7월치(8.5%)보다는 낮지만 월가의 예상치(8.1%)보다는 높다.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스티브 행키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경제학)는 “8월 물가 상승률이 기준금리 인상이란 처방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본다”며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등은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원하는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미 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고용 상황이 너무 뜨거워 물가가 ‘기대한 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 안토니오 파타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대 교수는 현재 경기 상황의 특수성을 지적했다.

파월은 올해 3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이후 한 차례 0.5%포인트, 두 차례 0.75%포인트를 올렸다. 최근 세계중앙은행연찬회(잭슨홀 미팅)에서는 물가 사냥의 대명사인 볼커 전 의장이 한 말을 들먹이며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 물가와 경제 내부 사정은 파월 등의 기대와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Fed가 눈여겨보는 근원 CPI(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제외) 상승률은 7월 5.9%에서 8월 6.3%로 상승했다. 파월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올해 3월 이후 첫 상승률 증가다.

가장 큰 요인은 주거비(shelter) 상승이었다. 애초 주거비는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눈에 띄게 떨어질 것으로 봤다. 금리에 민감한 곳이 주택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임대료가 금리 인상에도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도 Fed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올해 들어 새 일자리가 20만 개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월가는 새 일자리가 20만 개 이하로 떨어져야 물가 억제 효과가 본격화한다고 본다.

행키 교수는 “파월은 기준금리의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볼커처럼 통화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물가 억제(disinflation)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파타스 인시아드대 교수

안토니오 파타스 인시아드대 교수

파타스 교수는 이에 대해 “팬데믹 이후 현재까지 미국 경기 사이클 자체가 아주 독특하다. 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는 와중에 노동시장은 아주 뜨거워 보인다”며“그렇다고 과열됐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과거 미국 노동시장이 뜨거웠던 시절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파타스가 말한 ‘어려운 상황’은 미국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를 보면 드러난다.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2~4월 사이 비농업 부문에서 줄어든 취업자 수는 2200만 명이 넘었다. 이후 공격적인 경기부양으로 취업자 수가 회복하기는 했다.

심지어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에도 매달 늘어난 일자리는 20만 개를 웃돌았다. 그러나 아직 팬데믹 상처가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파타스 교수는 “현재 미 경제가 Fed도 예측하지 못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내부의 변화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파타스 교수가 말한 ‘내부의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용시장 내에 불고 있는 ‘줄 사표(Great Resignation)’다. 그는 “저임금 노동자 상당수가 좀 더 성취감을 주는 직업을 갖기 위해 사표를 쓰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임금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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