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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우리 제품 쓰면 지구 살린다”…新환경경영 로드맵 내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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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5일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5일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기업인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15일 ‘신(新)환경경영 선언’을 발표하고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을 발표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친환경 전략은 내용과 발표 시기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삼성은 2009년 ‘녹색경영비전’을 통해 환경경영을 구체화했지만, 전사 차원의 환경경영 비전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DX(완제품) 부문부터 203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DS(반도체) 부문을 비롯한 전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실질 탄소배출 제로 목표”

삼성전자는 실질적인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에 도전한다. 우선 세계 정보기술(IT) 제조기업 중 최대인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자원 재활용, 탄소포집 기술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연간 사용한 전력은 25.8TWh(테라와트시)로 구글(18.2TWh), TSMC(18.1TWh), 인텔(9.6TWh) 등과 비교해도 많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데다 휴대전화·가전제품 등 연간 5억 대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대한 사업구조를 가져서다.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탄소 배출량도 많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700여 만t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자동차 800만 대가 운행을 중단하는 효과(대당 2.1t)를 볼 수 있다.

탄소 배출은 크게 생산과정과 사업장 연료사용으로 발생하는 스코프1(직접 배출)과 사업장의 사용전력, 고온증기 등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코프2(간접 배출)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직접 탄소배출 저감시설에 집중 투자한다. 반도체를 만들 때 발생하는 공정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가 나오는데,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 효율을 높일 기술을 개발하고 LNG 보일러 사용도 줄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도 친환경 전략을 강조했다. IFA에서 공개한 ‘일상의 지속가능성(Everyday Sustainability)’ 전시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도 친환경 전략을 강조했다. IFA에서 공개한 ‘일상의 지속가능성(Everyday Sustainability)’ 전시 모습. 사진 삼성전자

전력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인 ‘RE100’ 가입을 완료했다.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선언은 관심을 모아왔는데 최근 RE100 이니셔티브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20년 미국·유럽·중국에서 RE100을 달성했고, 5년 내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 제품을 쓰면 지구를 살린다”

삼성전자는 초저전력 기술로 사용은 물론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는 제품 전(全) 생애 차원의 자원순환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전 세계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데 드는 에너지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은 최대 250TWh로 지구 전체 사용전력의 1%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전력 소모를 줄이면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밖에 스마트폰·TV 등 7대 전자제품의 전력 소비량을 2019년 대비 평균 30% 개선하고 2027년까지 모든 업무용 차량을 무공해 차량(전기차·수소전기차)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향후 기타 간접배출(스코프3) 측면에서 협력사 등 공급망과 물류 등에서도 탄소감축 방안을 발굴할 예정이다.

또 제품의 원료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자원순환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고 폐기제품에서 자원을 추출해 다시 재료로 사용하는 ‘자원 순환체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재생 플라스틱 적용 비중을 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고, 갤럭시 Z폴드4에 적용한 폐어망 등 폐기물 재활용도 확대한다.

수(水)자원 활용과 오염물질 저감 방안도 내놨다. 전력 못지않게 많은 용수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라인 증설로 취수 필요량이 2030년 현재의 2배로 늘더라도 용수 재활용으로 2021년 수준에 동결할 방침이다. 대기·수질 오염물질도 2040년부터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상태’로 처리해 내보낸다. 탄소 포집·활용 기술, 미세먼지 감지∙분석∙제거 기술 등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직원이 화성 사업장 ‘그린센터(폐수처리시설)’에서 정화시킨 물로 조성한 연못에 손을 담그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이 화성 사업장 ‘그린센터(폐수처리시설)’에서 정화시킨 물로 조성한 연못에 손을 담그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은 걸림돌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은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0%)에 턱없이 못 미친다. ‘RE100 2020’ 연례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에 한국을 포함했고,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도 비싸다. 태양광 발전단가(1KWh)는 116원으로 중국(42원), 미국(48원) 등과 비교하면 타산이 맞지 않을 정도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고객사·투자자들의 ESG 압박, 글로벌 경기 하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난 심화도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이번 발표는 삼성전자를 넘어 국가 산업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맞물려 국내 기업의 미국·유럽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도 “삼성전자가 실현 가능성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이번 선언은 생태계 전반의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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