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공격적 금리인상에 집착…신흥국 외환위기 현실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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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8월 물가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했다. 13일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하루 뒤인 14일 한국∙일본∙중국 등지의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날 오전 한때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미 달러와 견줘 1395원 선까지 밀렸다.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8.3%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 달 전인 7월치(8.5%)보다는 낮다. 월가의 예상치(8.1%)보다는 높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역량을 믿는 쪽은 내심 물가 상승률이 7%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기도 했다.

[美 물가 쇼크, 해외 전문가 긴급진단] ①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인터뷰

금융시장에서 기대(expectation)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관론이 강해지곤 했다. 실제 Fed가 9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부터 잇따라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계심리가 팽배해졌다. 심지어 1%포인트 정도까지 올릴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됐다.

이런 전망은 동시에 ‘Fed가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앙일보가 파월 등의 인플레이션 파이팅 역량에 대해 대표적인 비관론자와 낙관론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원로 통화론자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경제참모로 백악관에서 근무하면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파이팅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사진 존스홉킨스대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원로 통화론자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경제참모로 백악관에서 근무하면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파이팅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사진 존스홉킨스대

우선 비관론자 스티브 행키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경제학)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참모였다. 폴 볼커 전 의장이 1980~82년 사이 어떻게 물가를 사냥했는지를 백악관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리고 모든 물가 상승은 통화량이 주범이라고 보는 통화론자다.
행키 교수는 미 7월 CPI가 발표된 13일 이메일을 통해 “내가 기자와 한 이전 인터뷰에서 한 말을 기억하는가?”고 말했다. 행키 교수는 올해 1월 줌(Zoom)을 통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파월은 관성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처방에 매달릴 것이다. 그러나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 파월 등 Fed 책임자들이 패닉에 빠진다. 그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린다. 그 바람에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외채가 많은 신흥국이 1997년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다.

행키 교수는 “8월 물가 상승률이 기준금리 인상이란 처방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본다”며 “파월 의장 등은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원하는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인상은 효과 없어 

실제 파월은 올해 3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이후 한 차례 0.5%포인트, 두 차례 0.75%포인트를 올렸다. 최근 세계중앙은행연찬회(잭슨홀 미팅)에서는 물가 사냥의 대명사인 볼커 전 의장이 한 말을 들먹이며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라고 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미 물가와 경제 내부 사정은 파월 등의 기대와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Fed가 눈여겨보는 근원 CPI(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제외) 상승률은 7월 5.9%에서 8월 6.3%로 상승했다. 파월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올해 3월 이후 첫 상승률 증가다.

가장 큰 요인은 주거비(shelter) 상승이었다. 애초 주거비는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눈에 띄게 떨어질 것으로 봤다. 금리에 민감한 곳이 주택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임대료가 금리 인상에도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도 Fed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올해 들어 새 일자리가 20만 개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월가는 새 일자리가 20만 개 이하로 떨어져야 물가 억제 효과가 본격화한다고 본다.

자이언트 스텝 등 고강도 인상에 집착할 듯 

행키 교수는 “파월은 내 예상대로 기준금리의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볼커처럼 통화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물가 억제(disinflation)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행키 교수에 따르면 볼커는 1979년 8월 Fed 의장에 취임한 이후 그해 10월 통화정책 방식을 바꿨다. 이전까지 Fed는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되는 통화량을 조절하다 연방기금금리(현 기준금리)를 조절했다. 두 정책 모두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행키 교수는 “현재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물가가 급등하던 70년대 후반에 효과가 없었다”며 “단지,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때는 효과가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Fed는 금융권의 여윳돈 시장(reserve market)의 규모를 공격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행키 교수는 조언했다. 이어 그는 “파월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 미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기 직전까지 달러 가치는 더욱 오를 수 있다”며 “이미 위기 증상을 보이는 신흥국의 외환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키 교수가 주목하는 신흥국은 스리랑카를 비롯해 터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등이다.

긴급진단 다음 편은 안토니오 파타스 프랑스 INSEAD대 교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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