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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예술가·연구자…실험작가 김순기에 독일이 주목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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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순기 영상작품 ‘조형상황 Ⅲ-보르도의 10월’, 1973, 1채널 비디오, 16㎜.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김순기 영상작품 ‘조형상황 Ⅲ-보르도의 10월’, 1973, 1채널 비디오, 16㎜. [사진 아라리오갤러리]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설치·영상작가 김순기(76)의 대규모 회고전이 독일 칼스루헤 ZKM(예술과 매체기술센터)에서 10일 개막했다. 내년 2월 5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ZKM이 여는 최초의 한국 작가 개인전으로, 1960년대 후반에 제작된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망라해 보여준다. 김순기 작가는 국내에선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선 예술가이자 시인·연구자로 활동해오며 영상과 사진·퍼포먼스 등 다양한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김 작가의 개인전에서 파생된 일종의 순회 전시이자 확장 전시다. 전시 제목 ‘게으른 구름’은 작가가 쓴 시의 제목이자 프랑스에서 출간한 시집의 제목으로,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의 의미와 삶의 태도를 은유한다. 2019년 국내 전시 제목도 ‘게으른 구름’이었다.

김순기

김순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으름’이란 나태와 도태의 상징으로 비난을 받지만, 김순기는 역설적으로 이 ‘게으름’이 내포하고 있는 창조의 가능성과 사색과 유희에 주목한다. 거대한 하늘을 주 무대 삼아 자유로운 모습으로 노니는 구름의 게으름을 찬양하듯, 김순기의 작업은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깊이 있는 통찰을 담아낸다.

전시는 작가는 60년대 후반 해체적 회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 그 이후 제작된 비디오 작업, 멀티미디어 작업, 드로잉, 설치작업, 그리고 2022년 최근작인 영상작업 ‘Forest Poem’까지 망라해 선보인다.

1946년 부여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대학 시절부터 회화의 해체에 관심을 가졌으며, 1971년 니스 국제예술교류센터의 초청작가로 선발돼 프랑스로 건너갔다. 이후 현재까지 프랑스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70년대에 남프랑스에서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Surfaces) 그룹 등 실험 예술가 그룹과 교류했고, 1980년대부터 파리 교외 비엘 메종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에 거주하며 동·서양 철학, 시·공간 개념 탐구 등을 바탕으로 정형화할 수 없는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고찰해왔다.

또 공공장소에서의 대규모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업에 주력하며 일찍부터 예술과 기술이 융합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연계에 더욱 주력했으며,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전문가와 협업해 제작한 로봇 ‘영희’를 선보인다. 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통찰해온 작업의 일환이다.

10일 전시 개막 직후 김 작가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제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에 초청돼 작품을 선보인다. ‘카네기 인터내셔널’은 1896년 창설된 미국 미술계의 주요 국제 전시 중 하나로, 58회째인 올해 전시는 24일 개막해 내년 4월 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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