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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기업은 급한데…정작 공정위 심사인력은 日의 14%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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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 기업결합(M&A) 심사를 8명이 전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처리한 기업결합 건수가 1000건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1명이 연간 100건 이상을 처리한 꼴이다. 그러다 보니 심사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거나 기존 영역을 강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늘어지는 심사로 민간기업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당 심사 건수, EU·일본의 26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7일 공정위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인력 1인당 139.1건을 처리했다. 미국(10.5건), EU(5.3건), 일본(5.2건) 등 해외 경쟁당국의 연간 1인당 기업결합 심사 건수와 비교하면 EU‧일본의 26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1113건으로 역대 처음 1000건을 넘어섰다. 5년 전인 2016년 64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지만 공정위의 기업결합 담당 인력은 늘지 않았다.

미국은 담당 인력이 172명에 달했다. 연간 기업결합 처리 건수가 200~300건에 불과한 EU(68명), 일본(57명), 중국(30명) 경쟁당국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기업결합심사 인력이 미국의 22분의 1에 불과했고, 일본과 비교해도 7분의 1 수준이다.

“문 정부, 기업 제재에만 집중”

경쟁당국 규모 자체가 외국보다 작아서 생기는 문제도 아니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집단국 직제를 새로 만드는 등 기업 제재에 중점을 두고 규모를 확대해왔다. 그러는 동안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업결합에 인력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석준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제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중요한 부분에는 소홀했다”며 “신고기준 정비 등 신속한 심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공정위 전체 인력은 655명인데 EU는 849명, 일본은 839명이다. 미국의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140명 규모다. 모두 공정위보다 많지만, 기업결합심사 담당 인력만큼 차이가 나진 않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월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월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기업은 급한데, 심사 기간 늘었다

그러다 보니 심사 기간은 늘어나는 추세다. 통상 기업결합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정하거나 보완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만큼 심사 지연은 기업의 사업 차질이나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추정해 즉각 처리하는 간이심사를 제외하면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는 평균 45일이 걸렸다. 2018년(35.9일)보다 25.3% 더 걸렸다. 올해는 1건을 심사하는 데 더 오래 걸렸다. 6월 말까지 평균 47.3일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플랫폼기업 성장 등 경제환경과 기업구조가 다양해지면서 기업결합 관련 이해관계도 점차 복잡해지는 추세다.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최근 기업결합 신고 면제 범위 확대 등 심사 신속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들어갔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 후보자도 “기업결합 심사 신속화 방안 등을 시장에 맞춰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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