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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아 죽어라"…'빌라 주차' 민원, 10년간 150배 폭증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빌라의 주차장 입구를 막은 연두색 차량. 사진 보배드림 캡처

한 빌라의 주차장 입구를 막은 연두색 차량. 사진 보배드림 캡처

#1. 빌라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달 황당한 경험을 했다. 빌라 주차장 입구를 막고 주차한 외부 차량 때문에 정작 자신을 포함한 입주민들은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거다. A씨는 차 주인에게 연락하려 했으나 연락처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아 그마저 어려웠다. A씨는 “구청에 문의했지만 결국 그들도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라”고 전했다.

#2. 지난해 말 인터넷 커뮤니티엔 '응징 주차' 사진이 화제가 됐다. 외부인의 주차로 빌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 B씨가 본인의 차로 외부 차량을 막아선 채 주차한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 B씨는 “입주민들이 주차하도록 만든 주차장에서 입주민도 아닌 차량이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받지를 않더니 한참 뒤 내려와서 하는 말이 ‘피해서 주차를 못 하느냐’ 이런 식으로 말하길래 차로 막아놓고 알아서 빼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파트·빌라와 같은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주차 갈등에 입주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입구를 차량으로 막고 잠적하거나 외부인이 차량을 주차하는 등 ‘무단 주차’가 늘고 있지만 이를 대처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신문고에 따르면 공동주택 주차 관련 민원건수는 지난 2010년 162건에서 2020년 2만4817건으로 153.2배 폭증했다. 10년간 1인 가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다소 주차 공간이 협소한 빌라 밀집 지역이 많이 형성되면서 민원이 늘어났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의 견해다.

또 공동주택 내 자동차 이동로나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 처벌이 어려워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몫이다. 현재 외부 차량 불법 주차나 이중주차로 인한 교통 방해가 일어나도 과태료 부과나 차량 견인 등의 강제 조치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동주택 등 사유지 주차갈등 해법’ 설문 결과 응답자(2025명) 중 98%가 “사유지 불법주차 단속이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동주택 주차 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안쪽에 주차된 흰색 차량이 나가지 못하도록 또 다른 차량이 그 앞을 막고 있는 모습. 사진 보배드림 캡처

안쪽에 주차된 흰색 차량이 나가지 못하도록 또 다른 차량이 그 앞을 막고 있는 모습. 사진 보배드림 캡처

“교통방해죄 성립…정신적 고통으로 손해배상 청구 가능”

앞서 예시한 사례처럼 누군가의 무단 주차로 피해를 보았을 경우 ‘교통방해죄 및 업무방해죄 혐의’로 고발하거나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김기윤 변호사(김기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형법 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의 경우 교통방해죄가 성립함으로 해당 차량의 운전자를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빌라 주차장 입구를 막는 등 입주민들이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지 못해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은 분명하므로 입주민들은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21년 7월 의정부지방법원은 12시간 동안 주차장 입구를 막은 차량의 차주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입주민들의 교통을 방해한다는 점과 관리소의 업무를 방해한 점을 이유로 들며 교통방해죄 및 업무방해죄 혐의를 인정했다.

아울러 공동주택 입주민들 간 관리 규약을 만들고, 공동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빌라 반상회를 통해 각 세대가 보유한 차량 대수를 파악해 상황을 파악하고, 빌라 세대원이 아닌 외부인의 차량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외부 차량을 식별하는 조처를 하는 방법도 있다.

주차위반 신고 후 빌라에 내걸린 현수막. 연합뉴스

주차위반 신고 후 빌라에 내걸린 현수막. 연합뉴스

궁극적으론 날로 심각해지는 주차난을 완화하기 위한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지자체에서 빌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부지를 매입하여 주차장을 늘리는 한편 일과 시간 이후 관공서와 학교 등 공공시설을 활용해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주택 주차장을 무단 이용하는 차량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은 아파트·빌라 내 무단주차된 차량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주택 불법주차 해소 3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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