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1명(2017년)→1만693명(2021년)’
재직기간 5년 미만 퇴직 공무원 숫자다. 4년 만에 2배가 됐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 경쟁률은 29.2 대 1이다. 공무원 인기가 예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경쟁을 뚫고 임용됐는데도 떠나는 것이다. 퇴직 공무원 10명 중 9명은 8·9급이다.
월급 받고 '현타' 온다는 공무원들
“공무원인데 이직 고민 중입니다. 합격 후엔 뛸 듯이 좋았는데 일하면서 월급 받아보니 큰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오네요. 다들 ‘버텨라’, ‘(연금이 나오는) 말년을 보아라’하지만 당장 (급여)명세서엔….”
지난달 초 한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현재는 작성자 요청으로 글이 삭제된 상태다. 젊은 공무원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길래 이런 불만이 나올까.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시 신규 공무원(9급 1호봉)의 8월 급여 실수령액을 공개했다. 168만원이었다. 각종 세금 등을 공제한 금액이나 최저임금 수준이다. 노조는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이 나라 하위직 공무원은 대체 어찌 살아가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물론 실수령이 공개된 뒤 온라인상에선 “수당은 왜 안 밝히나”, “원천징수를 공개하라”란 비판도 있다.
상복 입고 거리로 나온 공무원들
정부는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하는 내용의 정부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등은 “월급이 너무 적다”며 상복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복수의 공무원들은 동료가 떠나는 또 다른 이유로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공직문화와 과다한 업무량에 따른 스트레스를 꼽기도 한다. 한 기초지자체 노조 관계자는 “하위직 공무원은 ‘팀장, 과장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구 공무원은 “‘일을 가르쳐주는 것’이라며 업무를 몰아주고, 일이 잘되면 본인 공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팀장·과장들은 “‘하급자의 갑질’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원격근무지 확 바꾼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17일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내놨다. 젊은 공무원에게 맞게 근무 환경을 바꿔 이들의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스터디 카페 같은 외부 공간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원격근무는 자택이나 정부가 운용 중인 스마트워크센터에서만 가능했다. 다만 보안유지와 관련 없는 업무에 한해서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기본계획 브리핑 때 “스터디 카페를 직접 가 본 것은 아니지만 검색해보니 카페와 예전의 독서실 같은 게 더해진 것 같다. (젊은 공무원이 근무하기에) 좀 더 자연스럽다”며 “저도 일반 카페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성과 평가 제대로 하겠다
또 최대 월 10~20만원을 지원하는 ‘중요 직무급’ 지원대상도 기존 정원의 15% 이내에서 30% 이내로 넓혔다. 중요 직무급은 정부와 지자체의 중점 추진과제나 격무·기피 업무 등을 맡은 직원이 대상이다.
성과급을 지급할 때 ‘동료평가’도 반영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부서별로 실제 누가 일을 많이 했는지, 누가 중요한 업무를 맡아 성과를 냈는지는 옆 동료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공직사회에선 보상을 상급자가 챙기는 ‘연공서열식 보상문화’가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특히 역량이 뛰어난 공무원이 핵심 직위에 앉을 수 있도록 공개 모집 대상 직위를 현재 국·과장급에서 앞으로는 5급(광역지자체 팀장급·기초지자체 과장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조직 내 소통 역량을 높이기 위해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대인관계 기법 교육 등도 강화된다. 인사처는 지난 6월부터 약 2개월간 공직사회 내·외부 약 2만7000명의 의견을 듣고 자문단 회의를 거쳐 혁신계획을 확정했다.
다만 하위직이 요구하는 보수인상은 이번 혁신계획엔 빠졌다. 김 처장은 “보수도 동기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기본 수단 중 하나”라며 “어떤 방식이 실무 직위에 유리한지 저희(인사처)도 나름 강구해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직문화하고는 직접 연결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