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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고 현타" 떠나는 MZ 공무원…잡으려는 '정부의 혁신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월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하늬중학교에 마련된 제43시험장에서 수험생이 2022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임용 필기시험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6월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하늬중학교에 마련된 제43시험장에서 수험생이 2022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임용 필기시험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5181명(2017년)→1만693명(2021년)’

재직기간 5년 미만 퇴직 공무원 숫자다. 4년 만에 2배가 됐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 경쟁률은 29.2 대 1이다. 공무원 인기가 예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경쟁을 뚫고 임용됐는데도 떠나는 것이다. 퇴직 공무원 10명 중 9명은 8·9급이다.

월급 받고 '현타' 온다는 공무원들 

“공무원인데 이직 고민 중입니다. 합격 후엔 뛸 듯이 좋았는데 일하면서 월급 받아보니 큰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오네요. 다들 ‘버텨라’, ‘(연금이 나오는) 말년을 보아라’하지만 당장 (급여)명세서엔….”

지난달 초 한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현재는 작성자 요청으로 글이 삭제된 상태다. 젊은 공무원 급여 수준이 어느 정도길래 이런 불만이 나올까.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시 신규 공무원(9급 1호봉)의 8월 급여 실수령액을 공개했다. 168만원이었다. 각종 세금 등을 공제한 금액이나 최저임금 수준이다. 노조는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이 나라 하위직 공무원은 대체 어찌 살아가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물론 실수령이 공개된 뒤 온라인상에선 “수당은 왜 안 밝히나”, “원천징수를 공개하라”란 비판도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공무원 보수 관련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상복을 입고 정부의 공무원 보수 1.7% 인상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공무원 보수 관련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상복을 입고 정부의 공무원 보수 1.7% 인상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상복 입고 거리로 나온 공무원들 

정부는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하는 내용의 정부 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등은 “월급이 너무 적다”며  상복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복수의 공무원들은 동료가 떠나는 또 다른 이유로 폐쇄적이고 경직적인 공직문화와 과다한 업무량에 따른 스트레스를 꼽기도 한다. 한 기초지자체 노조 관계자는 “하위직 공무원은 ‘팀장, 과장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구 공무원은 “‘일을 가르쳐주는 것’이라며 업무를 몰아주고, 일이 잘되면 본인 공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팀장·과장들은 “‘하급자의 갑질’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오른쪽)이 지난달 17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열린 '공직문화 혁신 다짐행사'에서 유선희 공직문화 혁신 자문단장 함께 공직사회의 부정적인 문구가 적힌 박스를 허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인사혁신처=뉴스1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오른쪽)이 지난달 17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열린 '공직문화 혁신 다짐행사'에서 유선희 공직문화 혁신 자문단장 함께 공직사회의 부정적인 문구가 적힌 박스를 허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인사혁신처=뉴스1

원격근무지 확 바꾼다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17일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내놨다. 젊은 공무원에게 맞게 근무 환경을 바꿔 이들의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스터디 카페 같은 외부 공간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원격근무는 자택이나 정부가 운용 중인 스마트워크센터에서만 가능했다. 다만 보안유지와 관련 없는 업무에 한해서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기본계획 브리핑 때 “스터디 카페를 직접 가 본 것은 아니지만 검색해보니 카페와 예전의 독서실 같은 게 더해진 것 같다. (젊은 공무원이 근무하기에) 좀 더 자연스럽다”며 “저도 일반 카페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성과 평가 제대로 하겠다 

또 최대 월 10~20만원을 지원하는 ‘중요 직무급’ 지원대상도 기존 정원의 15% 이내에서 30% 이내로 넓혔다. 중요 직무급은 정부와 지자체의 중점 추진과제나 격무·기피 업무 등을 맡은 직원이 대상이다.

성과급을 지급할 때 ‘동료평가’도 반영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부서별로 실제 누가 일을 많이 했는지, 누가 중요한 업무를 맡아 성과를 냈는지는 옆 동료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공직사회에선 보상을 상급자가 챙기는 ‘연공서열식 보상문화’가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특히 역량이 뛰어난 공무원이 핵심 직위에 앉을 수 있도록 공개 모집 대상 직위를 현재 국·과장급에서 앞으로는 5급(광역지자체 팀장급·기초지자체 과장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조직 내 소통 역량을 높이기 위해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대인관계 기법 교육 등도 강화된다. 인사처는 지난 6월부터 약 2개월간 공직사회 내·외부 약 2만7000명의 의견을 듣고 자문단 회의를 거쳐 혁신계획을 확정했다.

다만 하위직이 요구하는 보수인상은 이번 혁신계획엔 빠졌다. 김 처장은 “보수도 동기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기본 수단 중 하나”라며 “어떤 방식이 실무 직위에 유리한지 저희(인사처)도 나름 강구해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직문화하고는 직접 연결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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