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축사 끝나고 울려퍼진 "호산나~" 찬송가, 악몽된 호텔 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결혼식 도중 예상치 못하게 찬송가가 흘러나와 결혼식을 망쳤다는 한 신혼부부의 사연이 알려졌다. 신부 A씨는 유튜브를 통해 2분가량 찬송가가 울려퍼질 당시 현장 영상을 공유했다. 사진 A씨 유튜브 캡처

지난 6월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결혼식 도중 예상치 못하게 찬송가가 흘러나와 결혼식을 망쳤다는 한 신혼부부의 사연이 알려졌다. 신부 A씨는 유튜브를 통해 2분가량 찬송가가 울려퍼질 당시 현장 영상을 공유했다. 사진 A씨 유튜브 캡처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결혼식 도중 인근 교회와의 주파수 혼선 문제로 찬송가가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혼부부 측은 “중요한 날을 망쳤는데도 호텔 측에서 적절한 대처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일 JTBC ‘사건반장’에 신부 A씨는 “지난 6월 5일 결혼식 시작 후 약 10분 정도 지났을 시점, 어머니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호산나~’라며 누군가 생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져 크게 당황했다”는 사연을 제보했다.

A씨 부부는 모두 무교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누군가 식장에 난입했거나 사회자가 장난을 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분 정도 찬송가가 계속되며 A씨 부부는 물론 하객들도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호텔 인근에 있는 대형 교회의 마이크와 주파수가 혼선돼 벌어진 일이었는데, 찬송가가 나오는 약 2분의 시간 동안 호텔 측이 적절히 제지, 안내를 하지 않아 더욱 당황했다고 A씨는 토로했다.

A씨는 하객 중 한 명이 촬영한 현장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찬송가가 나오는 동안 신랑과 신부는 어쩔 줄 몰라 하고, 하객들도 찬송가가 나오는 동안 웅성웅성하면서 당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회자가 “기독교가 아닌, 불교이신 분께는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수습을 하려고 하지만, 호텔 측에서 대처를 하거나 제지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A씨는 그러면서 호텔 측에 대해 유사한 사고가 이전에도 있었는데 미리 대비를 하거나 사후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A씨는 “호텔 측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했지만, 알고 보니 10년 전에도 이런 사고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주파수 혼선 사고가 났을 때 마이크 전체 ‘off’를 하지 않고, 장중 안내도 하지 않고, 직원들은 멀뚱히 서 있거나 혼비백산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닐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가 가족 모두 분노했고, 하객들은 매우 불쾌해 했다”며 “축하받아야 할 날에 나는 축하가 아닌 위로를 받았다. 8개월 간 준비한 결혼식을 완전히 망쳐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결혼식 당일 호텔의 담당 지배인은 “내 결혼식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말로 보상이 안 되겠지만, 꽃 업그레이드와 음료 값 일부인 90만 원을 우선 할인 처리하고, 이후 본사에 보고해 보상방안을 안내하겠다”며 A씨에게 사과했다.

이후 총괄 지배인은 추후 A씨 부부에게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죄송하다. 현장에서 할인을 받았으니 추후 투숙할 때 내게 연락을 주면 식사를 대접하겠다”라고 말했다.

A씨와 남편은 “중요한 날을 망쳤는데 호텔 측의 대처가 너무 미흡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A씨에 따르면, 총 지배인의 연락을 받은 A씨 남편이 호텔에 찾아가 대처가 미흡하다고 항의했지만 호텔 측에서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화가 난 A씨 남편은 할인받았던 금액 90여만 원을 다시 결제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지난 6월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결혼식 도중 예상치 못하게 찬송가가 흘러나와 결혼식을 망쳤다는 한 신혼부부의 사연이 알려졌다. 사진 JTBC '사건반장' 캡처

지난 6월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결혼식 도중 예상치 못하게 찬송가가 흘러나와 결혼식을 망쳤다는 한 신혼부부의 사연이 알려졌다. 사진 JTBC '사건반장' 캡처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A씨는 법적 조치를 취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호텔 측은 더 적극적인 사과와 대처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박지훈 변호사는 “결혼식장 계약서에 전기가 끊어지는 등의 문제는 손해배상 약정에 포함시켰을 가능성이 있는데 찬송가가 나온다는 건 손해배상 처리를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계약서에 포함도 안 됐을 것 같다”며 “실제 계약서에도 소비자 측 귀책 사유만 언급이 됐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신 정신적 손해배상 등 위자료 청구는 가능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계약서상엔 안 나와 있다고 할지라도, 결혼식장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예식이라는 전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는 문제 같다. 결혼식이라는 게 방송 녹화처럼 다시 찍고, 편집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며 “호텔 측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