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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139)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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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
맹사성(1360∼1438)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소정(小艇)에 그물 실어 흘리 띄여 던져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 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샸다

-병와가곡집

충성의 현대적 의미

조선 세종대에 좌의정을 지낸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의 ‘강호사시가’ 중 가을 편이다. 강과 호수 대자연에 가을이 드니 물고기들도 살이 올랐다. 작은 배를 띄워 흐르는 물속에 그물을 던져두고, 내가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음도 나라님의 은혜로다.

사람이 어떤 시대를 타고나는가는 참으로 중요하다. 고불의 노년기는 다행히 성군(聖君)의 시대였다. 왕의 은혜에 감읍할 만하다 하겠다. 이를 오늘에 대입해보면 군(君)은 나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족이 세계사에 가장 큰 비중을 갖는 시기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다. 어렵게 이룩한 성장에 감사해 하고 잘 지켜나가야 한다. 이것이 시대의 소명이 아니겠는가.

맹사성은 고려 공민왕 9년에 태어났다. 아버지 맹희도(孟希道)는 정몽주의 친구였고, 아내는 최영의 손녀였다. 조선 개국 후 태종 이방원에 걸려 사형 직전까지 갔다가 제자 양녕대군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이때 아들이 고문 후유증으로 죽었다. 고불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재상이자 청백리의 상징이었다. 검소한 생활 속에 고아한 품위를 잃지 않았으며, 젊었을 때는 출중한 효자로 이름 높았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