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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호조에 긴축 가속화 우려…원화값 장중 1352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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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제롬 파월

제롬 파월

‘파월 쇼크’와 미국 경제 지표 호조에 원화값의 자유낙하가 이어지고 있다. 이틀 만에 장중 연저점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경기 둔화 우려가 줄면서 미국이 긴축의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힘이 실리는 ‘수퍼 달러’(달러 강세) 흐름과 반대로 원화 가치는 맥을 못 추고 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3.3원 떨어진(환율 상승) 달러당 1350원에 개장했다. 이후 장중 달러당 1352.3원까지 밀리며 2거래일 만에 장중 연저점을 다시 찍었다. 세계 금융위기인 2009년 4월 28일(달러당 1356.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후 들어 하락세가 주춤하며 전날보다 9.1원 오른 달러당 1337.6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원화 가치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연저점을 다섯번 갈아치웠다. 정부도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의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원화값 하락세를 막는 데 역부족이다.

원화값 약세를 부추기는 건 미국의 긴축 기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한번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 정책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긴축 발언을 내놨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순항 중인 점도 긴축 기조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중앙은행의 강력한 긴축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통화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상황이 나쁘지 않아서다.

8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103.2로,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재 여건 지수(현재 경기에 관한 평가)도 139.7에서 145.4로 상승했다. 노동시장도 활황이다. 미국 노동부는 7월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가 1120만 건으로, 전달보다 20만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3월부터 석 달 연속 8%대에 머물렀고, 지난 6월에는 41년 만에 최고 수준인 9.1%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Fed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 시장에선 원화 가치가 달러당 1400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본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줄여 에너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물가 상승 압박 해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계 외환 시장의 패닉을 막기 위해 미국이 주요 신흥국과 ‘달러 스와프’를 체결해 자국만이 아닌 세계 경제 안정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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