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6%P 뒤지다 박빙우세 전환...'역전의 우상호' 걱정하는 한 가지

중앙일보

입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활동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우 위원장은 "새 지도부는 결국 다음 총선 결과로 평가 받을 것"이라며 "당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서 계파 간 갈등을 극심하지 않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활동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우 위원장은 "새 지도부는 결국 다음 총선 결과로 평가 받을 것"이라며 "당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서 계파 간 갈등을 극심하지 않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처음엔 정말 암담했다.”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회다. 그는 “(비대위) 출범 땐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15%포인트 정도 격차가 벌어졌는데, 지금은 비슷하거나 조금 앞서는 결과들이 나온다”며 “국민이 그래도 제1야당 민주당의 존재를 인정해 주신 것”이라고 자평했다.

실제 ‘우상호 비대위’가 활동한 78일간 여야의 지지율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비대위 출범 당일인 6월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6월 7~9일)에선 민주당 지지율(29%)이 국민의힘(45%)에 16% 포인트 뒤처졌는데,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23~25일)에선 민주당 36%, 국민의힘 35%로 박빙이었다. 민주당에선 이날 우상호 비대위에 대해 “유능제강(柔能制剛·유연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이란 말처럼 유연한 리더십으로 당이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박홍근 원내대표)는 평가도 나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말조심’으로 갈등 막은 우상호…‘방탄 당헌’ 논란은 옥에 티

6·1 지방선거 참패 직후 친(親)이재명계와 비(非)이재명계의 책임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6월 10일 취임한 우 위원장은 첫 공식일정이던 기자 간담회(6월 12일)부터 ‘말조심’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하겠다”며 “주요 당직자나 국회의원의 신분을 갖고 계신 분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각별히 더 절제의 언어를 사용해주시기 바란다”고 공개 경고했다.

이후 우 위원장은 각 계파와 전당대회 예비후보들을 직접 만나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6월 24일엔 의원 워크숍을 열어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새 노선도 제시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윤호중 전 비대위원장이 여당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다면, 우 위원장은 여당을 공격할 때도 가능한 완곡어법을 사용하려 했다”며 “당이 강성 일변도로 치닫던 분위기에서 민주당 내에 정치를 다시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인들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임기 동안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을 민주당의 새 노선으로 제시했다. 김경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인들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임기 동안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을 민주당의 새 노선으로 제시했다. 김경록 기자

다만 비대위 막판 불거진 당헌 개정 논란은 ‘옥에 티’로 꼽힌다.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게 한 당헌 80조 1항 개정을 추진하다 당내 반대에 부딪혀 징계 취소 절차를 완화하는 절충안으로 돌아섰고, 그마저도 ‘권리당원 전원투표’ 규정을 당헌에 새로 추가하려다 중앙위에서 한 차례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위를 통과한 당헌 개정안 수정안 역시 찬성률은 54.95%로 현격히 낮았다. 이 과정에서 당내에선 “비대위가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전 기초공사를 해주는 거냐”(비이재명계 수도권 의원)는 격한 비판까지 나왔다.이에 대해 우 위원장은 “비대위가 특정인의 사당화(私黨化)를 돕기 위해 논의한 것처럼 규정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견해 달리하는 분들끼리 논쟁하는 건 좋은데 엉뚱한 비대위를 공격한 건 솔직히 좀 서운하다”고 말했다.

초강성 지도부 출범 임박…‘강한 민주당’이 지지율 올릴까

오는 28일 전당대회가 끝나면 민주당엔 새 지도부가 들어선다. 당내에선 현재까지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에서 78.35%를 득표한 이재명 후보의 당 대표 취임이 유력한 분위기다.

최고위원 선거에선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후보(26.40%)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23.59%를 득표한 고민정(23.59%) 후보를 제외하곤 친이재명계를 자처하는 서영교(10.84%)·장경태(10.84%)·박찬대(9.47%) 후보가 당선권인 5위권에 들어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윤석열 정부와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강한 민주당’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윤석열 정부와의 정면충돌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이날까지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후보는 78.35%를, 박 후보는 21.65%를 득표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박용진 당 대표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이날까지 진행된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후보는 78.35%를, 박 후보는 21.65%를 득표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조만간 출범하는 새 지도부의 최대 과제로 민주당 지지층의 재결집을 꼽는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최근 여야 지지율이 좁혀진 건 여권 내부 갈등이 격화되며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일부 재결집한 결과로 이를 유지하느냐가 새 지도부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다만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대정부 투쟁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중도층 마음을 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새 지도부가 당내 비주류를 포용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 내부 갈등이 격화되며 내우외환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우 위원장은 “어느 분이 당 대표가 되든 비주류와의 소통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이견은 언제나 존재하는데, 그 이견을 어떻게 절충하고 화합해가느냐는 정치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