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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대구 찾은 尹, 내각까지 총출동…TK 달래기 나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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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보수의 텃밭’인 대구를 찾았다. 취임 후 두번째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오전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한 중소 로봇기업 공장에서 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현실에 맞지 않는 법령 한 줄의 규제에 기업 생사가 갈릴 수 있다”며 “기업인과 민간 전문가가 규제 혁신 과정의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힘들게 하는 비현실적 규제는 반을 없애라고 지시하고 싶을 정도”라며 규제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기간 언급한 ‘모래주머니’ 비유도 다시 꺼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옥죄는 모래주머니 규제를 걷어내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규제는 이념과 정치의 문제가 아닌, 철저히 현실의 문제라 국민 생명과 안전, 질서 유지에 꼭 필요한 합리적 규제만 남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맞춰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는 32개의 경제 형벌 규정 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바구니를 들고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장바구니를 들고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의 텃밭 TK에 내각에 기업인까지 총출동 

이날 행사는 대통령실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중소기업 공장’에서 열렸지만, 규모는 역대급이었다. 현장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추경호 경제부총리·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주요 내각과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핵심 참모가 총출동했다. 민간에선 최태원 대한상의회장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 7단체장이 참석했다. 당에선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그리고 행사가 끝난 약 1시간 뒤 법원으로부터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받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함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엔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주요 내각과 경제 7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엔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주요 내각과 경제 7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지지율이 20%~30%대에 머무는 윤 대통령이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을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지난 21일 대통령실 인사 개편을 통해 임명된 이관섭 정책기획수석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도 모두 TK출신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최근 여당 의원들에게 TK출신 인사들을 적극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TK는 지난 대선에서 유일하게 윤 대통령에게 70% 이상의 표를 몰아준 곳이다. 하지만 26일 발표된 갤럽조사(23~25일 성인 1001명 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5주 연속 더 높게 나오고 있다.

서문시장 찾아 “여러분과 함께 정권교체”   

윤 대통령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마친 뒤 ‘대구 정치유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서문시장을 찾았다. 서문시장은 보수 정부의 대통령들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방문해 지지세를 다진 곳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 의혹이 터졌던 2016년 12월 서문시장을 찾은 뒤 눈물을 흘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을 보러 온 수백 명의 시민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고 주먹 인사를 했다. 시장 입구엔 ”윤석열 대통령님 적극 지지하고 응원합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윤 대통령은 시장에서 이불과 신발, 모자 등을 직접 써보고 구매하며 상인들을 격려했다. 시장 상인회 건물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2분 30초가량 짧은 연설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어려울 때도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시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오늘 제가 기운 받고 가겠습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상인연합회 간담회에선 “정권 교체를 여러분과 함께 여러분의 지지로 해냈다”며 “중산층과 서민 그리고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촘촘히 챙기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고 기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둘러본 뒤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둘러본 뒤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완승에 빛바랬다는 평가도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구 행보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완승으로 끝난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정으로 빛이 바랬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윤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일정이 이틀 전 유출돼 경호 우려가 나왔지만 시간만 조정했을 뿐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주요 뉴스는 모두 이 전 대표와 주 위원장의 향후 거취로 뒤덮였다.

같은 날 발표된 갤럽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27%를 기록했다. 인적 쇄신 개편과 연이은 민생 행보에도 2주 연속 이어진 상승세가 멈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대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며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부정평가는 지난주와 같은 64%였다. TK(긍정 39%·부정 48%)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많이 나왔다. 연령대에선 70대(긍정 54%·부정 29%)와 60대 (긍정 47%·부정 47%)를 제외한 연령대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높았다. 20·30세대의 반대 평가는 70%대에 달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오차범위 내긴 했지만, 민주당(36%)이 국민의힘(35%)을 다시 역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책과 홍보에 한정한 소폭의 인적 쇄신만으론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결정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의원들에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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