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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테라 권도형 귀국 임박했나…檢출신 변호인 추가 선임

중앙일보

입력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고발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자신의 변호인단을 보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귀국에 앞서 복수의 로펌을 잇달아 선임해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표는 최근 검사 출신 변호인 2명에 대한 선임계를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 앞서 한 국내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데 이어 또 다른 로펌을 추가로 선임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암호화폐 업계에선 권 대표의 귀국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권 대표는 지난 15일 공개된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이니지(Coinage)’와 인터뷰에서 한국 입국 계획에 관해 “한국의 수사관들(investigators)에게서 어떤 요구를 받지 않았고 연락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며 “때가 되면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업체 코이니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코이니지 유튜브 캡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업체 코이니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코이니지 유튜브 캡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달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권 대표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했다.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와 커널랩스 등 테라폼랩스 측 핵심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어 국내에 머물고 있는 테라 측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선행한 뒤 필요 시 여권 무효화 조치 등 강제수단을 동원한 권 대표의 신병 확보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합수단 합수1팀(팀장 이승학)과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 소속 검사 5명으로 이뤄진 수사팀은 최근 테라폼랩스와 ‘한 몸’으로 의심받는 커널랩스 직원 등 테라폼랩스 측 관계자, 테라폼랩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관련 업계 관계자 다수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망을 점차 넓히고 있다. 지난달 20~27일 테라폼랩스 전·현직 핵심 관계자의 주거지·사무실, 커널랩스·차이코퍼레이션 등 복수의 테라폼랩스 관계사,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7곳, 테라폼랩스 초기 투자자였던 두나무앤파트너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에 대해서도 분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관계사들도 추가 수사 가능성을 고려해 최근 국내 유명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권 대표 등 테라폼랩스 관계자들은 암호화폐 테라·루나가 서로 연동하며 ‘1테라=1달러’로 가치가 유지되도록 한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코인 개발·발행을 강행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플랫폼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예치하면 연 19.4%의 고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이를 돌려막은 혐의(유사수신)도 받는다. 권 대표는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프로야구(MLB) 워싱턴 내셔널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펼쳐진 내셔널스파크에 테라폼랩스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SPOTV 유튜브 캡처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프로야구(MLB) 워싱턴 내셔널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펼쳐진 내셔널스파크에 테라폼랩스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SPOTV 유튜브 캡처

테라폼랩스는 지난 5월 시가총액 약 48조원이 증발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국내·외에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 내셔널스파크에는 테라폼랩스 광고판이 여전히 설치돼 있다. 테라폼랩스가 지난 2월 워싱턴 내셔널스와 5년간 4000만 달러의 후원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당시 테라폼랩스는 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 입장료 등을 테라로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간편결제 파트너십(테라얼라이언스)은 다수의 국내 업체와도 체결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다중피해범죄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행위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액을 변제받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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