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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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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20~30년 전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하나가 떠오른다. ‘레오나르도’ 다음에 무엇을 답하는지에 따라 중년과 신세대가 갈린다는 이야기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다빈치’를 먼저 떠올리면 중년, 꽃미남 할리우드 배우 ‘디캐프리오’를 떠올리면 신세대라는 것.

‘귀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4050세대 이후는 틀림없이 1990년대 초 방영된 MBC 드라마 ‘아들과 딸’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깊게 뿌리내린 집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의 이름이 ‘귀남(최수종·사진)’과 ‘후남(김희애)’이었다. 7대 독자로 집안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자란 아들의 이름은 아마도 한자로 귀한 사내, ‘귀남(貴男)’이었을 터.

1990년대 MBC 드라마 ‘아들과 딸’에 주인공 귀남이로 출연했던 배우 최수종. [사진 인터넷 캡처]

1990년대 MBC 드라마 ‘아들과 딸’에 주인공 귀남이로 출연했던 배우 최수종. [사진 인터넷 캡처]

요즘 젊은 세대라면 좀비 호러물 웹툰과 동명의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악역 ‘귀남이’부터 떠올리지 않을까. 주동근 웹툰 작가는 “고교 때 절친이었던 친구의 이름을 캐릭터 이름으로 붙였다”며 “귀한 집에서 태어나 제멋대로 자란 아들(貴男)이라는 뜻과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물(鬼男)이라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오늘 소개한 신조어 ‘귀남이’는 ‘귀가 일찍 하는 남편’이라는 뜻이다. 물론 아내들끼리 수다를 떨며 남편을 ‘귀남이’라고 부를 때는 저녁밥을 차려줘야 하는 귀찮은 존재라는 의미가 크다. 이런 아내들이 악처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입맛이 다른 남편을 위해 하나라도 다른 반찬을 만들려면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나름의 고충이 섞인 표현이다. 그러니 남편분들은 너무 노여워 마시길. 치솟는 물가가 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