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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키아프 서울서 동시 개최…이 시대 ‘가장 핫한’ 작품들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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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프리즈 출품작 루이스 부르주아, 회색 분수, 28.5x55.8x116.8㎝. [사진 프리즈]

프리즈 출품작 루이스 부르주아, 회색 분수, 28.5x55.8x116.8㎝. [사진 프리즈]

다음 달 2일 서울 삼청동 갤러리들은 밤늦게까지 전시를 열 예정이다. 평소 이 동네 갤러리들은 오후 6시면 문을 닫지만 이날만은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 PKM갤러리, 제이슨함, 갤러리조선, 페로탕 등이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다음주 서울 코엑스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장터와 함께 준비된 심야전시 ‘삼청갤러리 나이트’다.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적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와 국내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9월 2일 동시에 개막한다. 프리즈는 5일, 키아프는 6일까지 열린다. 런던·뉴욕·LA 등지에서 개최돼온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시기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LACMA), 구겐하임 미술관, 영국 테이트 등 세계 유수 미술관의 관장과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이들 미술관을 후원하는 수퍼컬렉터가 대거 서울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미술 전반의 경쟁력이 세계 무대서 큰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키아프 출품작 아르테미스 갤러리의 NFT 작품. [사진 프리즈]

키아프 출품작 아르테미스 갤러리의 NFT 작품. [사진 프리즈]

프리즈 서울이 개막을 앞두고 떠들썩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프리즈엔 세계 21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리처드 세라, 게오르그 바셀리츠, 쩡판즈 등의 작품을 들고 온다.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스 부르주아, 조지 콘도 등을 출품하고, 리만 머핀은 한국 작가 이불과 서도호의 신작 등을, 프리즈에 처음 참가하는 부산의 조현화랑은 이배, 박서보, 보스코 소디의 작품을 출품한다.

 프리즈 마스터스 출품 작 파블로 피카소의 1938년 회화. [사진 프리즈]

프리즈 마스터스 출품 작 파블로 피카소의 1938년 회화. [사진 프리즈]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은 박물관 전시를 방불케한다.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앙리 마티스, 피에트 몬드리안,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섹션엔 18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국내 갤러리 중 학고재는 이봉상·포 킴·류경채·이상욱·하인두·이남규 등을, 갤러리현대는 곽인식·이승택·박현기 등을 소개한다.

국내 대표 아트페어인 키아프도 볼거리를 모았다. 2~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엔 164개 갤러리가 참여하고, 1~5일까지 세텍에서 처음 여는 키아프 플러스엔 73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키아프 플러스는 현대미술은 물론 미디어 아트, NFT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한국 갤러리 중 국제·현대·학고재·리안 등 메이저 12곳은 프리즈와 키아프에 동시에 참여한다. 티켓 가격도 상당하다. 3일 11시부터 두 전시(프리즈·키아프)를 폐막 때까지 매일 볼 수 있는 프리뷰 티켓은 20만원, 3일 오후 1시부터 들어갈 수 있는 일일권 티켓이 7만원이다.

키아프 출품작 이건용 회화. [사진 키아프]

키아프 출품작 이건용 회화. [사진 키아프]

한국 미술계는 9월 한 달을 아예 한국 미술 축제 기간으로 만들자는 분위기다. 이 기간을 끼고 인사동 앤틱&아트페어(31일~9월 25일)가 열리고, 경매사 크리스티는 ‘베이컨/게니’ 걸작전(9월 3~5일·분더샵 청담)를 연다. 한국 현대미술 3060세대 대표작가 55인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특별 기획전 ‘더아트플레이스 HMC 2022’(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 6층, 오전 10시~오후 9시)도 2~6일 열린다.

국내 미술계는 이번 큰 행사를 기점으로 앞으로 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바깥 시선이 한국에 집중된 만큼 한국 작가를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데 이견이 없다.

마리나 페레즈 시미요의 수채 회화, 41x31㏊. [사진 프리즈]

마리나 페레즈 시미요의 수채 회화, 41x31㏊. [사진 프리즈]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프리즈에선 남춘모·김택상·김근태·이진우 등 4명의 중견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키아프에선 7명의 전속작가를 다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프리즈와 키아프에서 윤형근·서승원·권진규 등 거장과 백현진·구정아 작가 등 중견 작가를 고루 선보일 것”이라며 “한국 미술계가 역사적 분기점을 맞고 있다는 생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민주 아시아지역 프리즈 VIP 총괄은 “해외갤러리 VIP들은 몇 달 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보였다”며 “세계적인 아트 컨설팅 관계자들에겐 한국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는 니즈도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열린 프리즈 마스터스 전시장 풍경. [사진 Frieze]

지난해 열린 프리즈 마스터스 전시장 풍경. [사진 Frieze]

그러나 거대 아트페어의 시스템에 한국 미술시장이 시장을 내어주는 판도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변이 없는 한 프리즈 서울은 올해부터 5년간 해마다 열릴 예정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올해 성과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치열해지는 콘텐트 싸움에서 한국미술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한국 미술시장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9223억원이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5329억원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하락하면서 미술시장도 주춤하는 분위기여서 이번 결과가 더 주목된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한국은 미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중국처럼 관련 세율이 높지도 않아 아시아 미술시장 허브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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