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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이스타 채용비리 문건 확보…"野의원·與단체장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해 4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스타항공 부실 주범 이상직 일가 탈세 제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스타항공 부실 주범 이상직 일가 탈세 제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찰, 국회의원·단체장 이름 담긴 문건 확보"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현직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등 조종사 채용 청탁자 명단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지검은 지난 22일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 2곳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 최종구·김유상 이스타항공 전·현직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스타항공 인사팀 직원 일부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휴대전화 등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전 의원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이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채용 청탁자 문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해당 문건에는 이상직 전 의원과 최종구 전 대표 등을 비롯해 현직 야당 국회의원과 여당 자치단체장, 국토교통부 공무원, 외교관 등 정·관계 고위 인사 실명과 직책 등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취업 관련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현재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건 관련) 입건 대상은 이상직·최종구·김유상 등 3명"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방콕 사무실. 고대훈 기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방콕 사무실. 고대훈 기자

경찰, 증거불충분 이유로 두 차례 무혐의 결론

앞서 지난해 4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 전 의원 등이 2014∼2015년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에 특정 지원자들을 추천하고 채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자들을 뽑게 한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며 업무방해·수뢰후부정처사·배임수재·뇌물공여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의 고발 근거는 지난해 모 방송사 보도였다. 하지만 해당 방송사 측이 보도에서 다룬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경찰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해당 문건에는 100명이 넘는 이스타항공 지원자와 이들의 취업을 부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치인과 지역 유지 등의 이름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문건은 방송사가 확보한 것과는 별개다.

이에 대해 서울 강서경찰서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2차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2일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관련 배임·횡령 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에 이 사건을 넘겼다.

지난 6월 30일 출소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전주교도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은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구속 기간인 6개월이 임박하자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백강진)가 보석을 허가해 이날 출소했다.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출소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전주교도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은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구속 기간인 6개월이 임박하자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백강진)가 보석을 허가해 이날 출소했다.연합뉴스

검찰 "공소 시효 임박,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 

검찰 관계자는 "처음부터 경찰이 (피고발인들을) 불러 조사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고, 강제 수사도 아예 없었다"며 "이런 사건은 (증거 확보를 위한) 신속한 압수수색이 기본인데 시간만 보낸 채 (업무방해) 공소 시효(7년)가 임박한 시점에 (사건이) 우리에게 왔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선 그런 것(외부 여론)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을 안 하고 사람만 불러 조사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버리면 '부실 수사'나 '봐주기 수사'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 한 직원은 "회사가 부도 위기를 겪기 전까지 지역 유지나 국회의원 등 인맥을 타고 낙하산으로 입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왕국'이었고, 그는 자기 출세를 위해 회사를 디딤돌로 삼았다. 이 사건은 절대 덮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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