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역병' 클럽 7곳 레지오넬라균 불검출…"방역대응 미흡"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지난달 강남 일대 클럽에 다녀온 뒤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잇따르며 '강남 역병'으로 불린 사건과 관련해 방역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가 '강남 역병'과 관련해 언급된 클럽 7곳의 검체 수십 건을 수거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의뢰한 결과 해당 균이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초부터 온라인상에는 강남 일대 클럽을 다녀온 뒤 고열과 기침, 콧물, 몸살 등 증상이 나타났다는 글이 이어졌고, 이는 '강남 역병'으로 불리며 한때 화제가 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강남 역병' 원인이 레지오넬라균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레지오넬라 증상은 독감이나 폐렴 증상과 유사하며, 여름철 실내에서 에어컨, 냉각탑 등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에 서울시 등 지자체 방역당국은 레지오넬라균만 조사했고 이밖에 다른 병원체 관련 건사는 하지 않아 결국 '강남 역병' 원인은 미궁에 빠지게 됐다.

신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집단으로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신속한 조사를 통해 해당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과학방역'의 표준"이라며 "특정 균의 존재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은 '실체 없는 과학방역'의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괄적 원인 가능성이 있는 균에 대한 배양을 통해 원인 규명을 선제적으로 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