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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十而立 한중수교 30주년] “중한 관계 앞으로의 30년 위해 상호 존중 견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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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30주년 인터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24일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을 맞았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 인터뷰를 위해 지난 18일 서울 명동의 중국대사관을 찾았을 때 싱 대사는 “30년 전 중앙일보 신문을 마침내 찾았다”며 기쁜 모습이었다. 당시 중국의 젊은 외교관으로 수교 협상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렸다는 그의 손에 들린 30년 전 중앙일보 지면 1면에는 ‘한중 역사적 수교’라는 큼지막한 제목이 새겨 있었다. 감회가 새롭다는 싱 대사는 당시 중국은 베이징의 조어대(釣魚臺) 국빈관 앞에 한중 수교를 기념해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를 특별히 심었다고 전했다. 싱 대사는 “중한 양국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함께 이 신문을 다시 펼쳐 든다면, 수교 당시 냉전의 굳은 얼음을 깨고 수십 년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손을 맞잡았던 그 험난한 여정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 속에서 수교의 초심을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면 질문 내용을 포함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중 미래 발전 방향으로 서로 같은 것을 찾아 계속 확대해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 방안을 제시했다. 김상선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중 미래 발전 방향으로 서로 같은 것을 찾아 계속 확대해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 방안을 제시했다. 김상선 기자

수교 당시 싱 대사가 외교 현장 일선에서 뛴 것으로 안다. 협상 당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었나.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수교 교섭할 때 저는 통역관이자 비서관이었다. 당시 상황에서 중한 수교는 지역 구도를 다시 쓰는 건 물론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와 관련된 ‘큰 사건(大事)’이었다. 논의해 풀어야 할 문제가 아주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 등 서로의 핵심 관심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가장 큰 난제였다. 그 결정적 순간에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용기와 지혜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 양국이 평화공존 원칙과 하나의 중국 원칙,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에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수교가 이뤄지고 이는 지난 30년간 양국 관계 발전의 정치적 기반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국 일각에선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에선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외교안보 측면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절반의 성공’이란 말이 나온다. 수교 30년에 대한 평가는?
“중한 양국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싶다. 양국의 정치적 관계는 ‘3단계 도약’을 실현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이르렀다. 교역액은 수교 초기 50억 달러에서 지난해 3600억 달러로 증가했고, 중국은 18년 연속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적 교류도 코로나 19 사태 이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중한 양국은 이미 당신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당신이 있는 이익공동체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일각에선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양국은 30년 전만 해도 서로 단절되고 적대시했던 상태다. 한데 지금은 각 영역에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2+2 외교안보 대화 체제를 구축했고, 양군 간 군사 핫라인도 개설했다. 중국은 ‘다음 30년’을 향해 한국과 함께 독립과 자주, 상호 존중, 호혜와 상생을 견지하면서 이견은 미뤄두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한중 수교 30년과 관련해 공자의 ‘삼십이립(三十而立)’이란 말이 많이 회자된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 말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한중 관계의 ‘삼십이립’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나.
“사람은 서른 살이 되면 더 성숙하고 침착하게 처신하며 더 큰 책임을 보여준다. 중한 양국도 지난 30년의 발전 경험을 거울로 삼아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며, 협력을 심화하길 바란다. 또 보다 성숙한 자세로 다음 30년의 여정을 시작해 중한 관계라는 큰 나무의 뿌리가 더 깊어지고 가지는 더 무성해지며 열매는 더 많이 맺게 되기를 바란다.”
지난 5월 한국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중국이 한국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바람은 무엇인가?
“중한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중한 수교 30년간의 발전 경험은 양국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는 게 대세이자 민심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한국에서 어느 당, 어느 지도자가 집권하든 관계없이 이들 모두 중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전후로 윤 대통령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갖고 서한을 주고받았다. 이 같은 소통을 통해 양국 정상은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양국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기로 하는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 우리는 한국이 양국의 거대한 공통 이익과 더 넓은 미래의 협력을 내다보면서 양국 간 이미 달성한 공통 인식과 양해 사항을 견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또 중국과 함께 중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올바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엔 아직 대면 접촉이 없다. 언제 두 분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나?
“정상외교는 중한 관계에 있어서 그 어느 것도 이를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선도적 역할을 한다. 지난 5월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시진핑 주석의 특별 대표로 방한한 바 있다. 또 얼마 전엔 중한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측은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과 관련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 상황이 계속 호전되고 중한 간의 각급 별 소통과 왕래가 점차 회복됨에 따라 양국 정상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시기도 무르익어갈 것으로 믿는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업 환경이 크게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적지 않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는데, 마침내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때가 오기라도 한 것인가?
“올 상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2.5%로 안정적인 반등세를 보이는 등 강한 끈기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책 효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에 계속 기여할 것이다. 중국은 현재 쌍순환 발전 구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이 중국에 와서 투자하고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대중 투자 협력에 뜻이 있는 분들은 좀 더 멀리 바라보시길 바란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됨에 따라 중국 내 실력 있는 한국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날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중국은 이를 위해 더욱 좋은 조건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중 경제가 최근엔 갈수록 보완성보다는 경쟁성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중국 경제가 점차 발전하면서 조방형 성장에서 질 높은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고, 중국 내에서도 산업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협력 모델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발전 수요에 적응하기 어렵다. 게다가 중국은 최근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과학기술 산업이 왕성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한 간 경쟁이 촉발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소비수요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한국 기업은 주목해야 한다. 또 중국의 질적 경제 성장이익이 이제 막 방출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경제는 새로운 대내외적 ‘쌍순환’ 정책 아래 글로벌 가치사슬의 공급 중심에서 공급과 수요의 ‘쌍중심’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참여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한 양국의 ‘기업 간 연합’을 통해 중국의 ‘쌍순환’ 발전 구도와 더 높은 수준의 개방형 경제 신체제 구축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그럴 경우 중국의 발전 이익을 더 많이 공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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