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댁이 가해자""2차 가해"…최강욱·한동훈 소환한 3번의 ‘악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저의 형사사건의 가해자인 위원님께서 이런 질문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한동훈 법무부 장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소한 사건에선 그런 식의 논법이라면 댁이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른바 '채널A 사건'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김성룡 기자

이른바 '채널A 사건'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김성룡 기자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장관과 최강욱 의원은 이렇게 질의 때마다 충돌하며 과거 세 번의 ‘악연’을 소환했다. 한 장관은 최 의원이 ‘채널A 기자 명예훼손’ 사건 당시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기소된 점을 들어 최 의원이 법무부와 검찰과 관련한 질의를 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비판했지만, 최 의원은 개인적인 송사(訟事)를 떠나 입법기관이 국무위원에게 공적인 질의를 하는 데도 한 장관이 불성실한 태도로 임한다며 공격했다.

한동훈·최강욱 신경전에 험악해진 법사위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기동민(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기동민(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날 한 장관과 최 의원 간 대립은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최 의원의 법사위 질의 자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장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실 (최 의원이) 재판받고 있는 (채널A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라며 “검찰청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사건의 직·간접적 당사자를 두고 질의 답변을 이어가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고 말했다.

1차 충돌은 최 의원이 이에 대해 신상 발언을 하는 도중 일어났다. 최 의원이 “한동훈 장관과 저와 개인적 관계를 왜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각하는지 모르겠는데 한 장관과 (제가) 무슨 검사와 피의자로 만난 적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한 장관이 발언 도중 “제가 지휘한 사건으로…제가 피해자였다”며 “지금 기소되셨잖아요. 그러니까 이해충돌이 있다는 얘깁니다”라고 말을 가로챘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 신상 발언 하는데 어딜 끼어들어서…그런 태도를 바꾸라는 겁니다”고 호통쳤다.

같은 질의도 崔만 외면한 한동훈…“2차 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 장관은 이에 굴하지 않고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발언권을 얻어 “가해자가 법사위원 위원의 자격을 이용해서 피해자에게 충돌적인 질문하는 것이 과연 국회법상 이해충돌규정에 허용하는 것인지 명확히 짚고 넘어가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2차 가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인혁당 사건에서 검찰의 과오를 묻는 질의에서도 한 장관은 대답 없이 “말씀을 하세요. 그냥”이라고 말했고, 최 의원은 “그 따위 태도를 보이면…대한민국 입법기관이 국무위원에게 검찰 업무에 대해 질문하는데 그런 태도를 보이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이후 같은 주제로 질의한 권칠승 민주당 의원에게는 “(과오로 볼 수 있는) 그런 면이 있다”고 순순히 답했다.

한동훈, 최강욱 기소 지휘…‘채널A 명예훼손’ 사건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의원이 지난 5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최 의원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의원이 지난 5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최 의원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연합뉴스

최 의원과 한 장관의 이날 갈등의 시발점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7월부터 한 장관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수사를 지휘했고, 최 의원은 2020년 1월23일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당시 최 의원을 직접 기소한 수사 책임자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한 장관은 그해 1월 초 인사가 나기 직전까지 대검에서 이 수사를 지휘
했다. 최 의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두 사람이 또다시 얽히게 된 건 두 달여뒤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최 의원은 2020년 4·15 총선 직전인 4월 3일 페이스북에 한 장관을 겨냥한 허위 녹취록 요지를 올렸다.

최 의원은 이 글에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이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 줬다고 한 마디만 해라. 그 다음은 우리가 준비한 시나리오 대로 하시면 된다. 우리는 지체없이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한다”라고 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당시 검언유착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던 상황에서 이는 한 장관에 대한 폭로로도 비쳤으나 관련 녹취록이 공개되며 최 의원의 폭로가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2021년 1월 26일 최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고, 지난달 19일 1심 결심공판에선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최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초 채널A 기자 발언요지를 페이스북에 써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으로 검찰 기소, 1심에서 징역 10월을 받았다. [페이스북 캡처]

최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초 채널A 기자 발언요지를 페이스북에 써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으로 검찰 기소, 1심에서 징역 10월을 받았다. [페이스북 캡처]

최 “‘고발사주’는 내가 피해자”…野, “사인 아닌 국무위원” 

이외에도 지난 5월 공수처가 ‘고발사주’ 혐의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불구속기소할 때도 한 장관과 최 의원은 간접적으로 연관됐다. 손 검사는 최 의원 등 여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았는데 이때 손 검사와 함께 한 장관이 함께 고발됐었다. 다만 한 장관은 당시 공수처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악연과 별개로 한 장관의 이날 답변 태도에 대한 지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감정 섞인 그런 발언과 행동, 저는 왜 그러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며 “사인(私人)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법무부를 대표해서, 국무위원으로 나오신 것이고 국회의원 질문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