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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첼로 전곡 녹음 양성원 “첼로는 인간처럼 노래하고 싶어하죠”

중앙일보

입력

첼리스트 양성원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첼리스트 양성원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제 음악 인생은 장편소설입니다. 서문에 이어 코다이, 라흐마니노프, 바흐, 드보르자크 협주곡 등 음반은 그것의 챕터가 됐습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바흐나 베토벤의 명곡 녹음을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웠죠. 특히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여전히 성장할 디딤돌이 되어줍니다.”

15년 만의 두번째 베토벤 첼로 작품 전곡 녹음 #저음 두 현에 양의 창자 꼬아 만든 거트현 사용 #코로나 시절 배운 지휘 유럽 페스티벌서 선보여 #23일부터 전국 돌며 엔리코 파체와 리사이틀

23일 첼리스트 양성원(55)이 데카에서 발매된 베토벤 첼로 소나타 두 번째 전곡 녹음을 들고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양성원은 EMI 데뷔음반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 이후 22년간 16종의 음반을 발표했다. 양성원은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2005년(EMI)과 2017년(데카)녹음했다.
‘첼로의 신약성서’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2007년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과의 녹음(EMI)에 이어 15년 만이다. 2021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독일 노이마르크트에서 녹음한 이번 음반에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다섯 곡 뿐 아니라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두 곡, 헨델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소나티네 WoO43a 등 호른 소나타 첼로 편곡을 제외하고 베토벤이 쓴 첼로 작품 모두를 두 장의 시디에 담았다. 베렌라이터 악보 이외에도 여러 버전의 필사본과 출판본을 참조했다는 양성원은 “스튜디오 녹음이지만 실황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첼리스트 양성원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네 개의 현 모두 스틸현을 사용했던 2007년 녹음과 이번 녹음의 가장 큰 차이는 거트현의 사용이다. 저음의 두 현인 G현과 C현에 거트현을 장착했다. 스틸현이 파워가 있고 단순한 반면 양의 창자 등을 꼬아서 만든 거트현은 더 섬세하고 인간의 목소리에 가까운 특징이 있다.

“연주할수록 인간에 다가가야 함을 느낍니다. 노래 불러야 하죠. 첼로의 매력인 깊고 풍부한 소리가 거트현에서 나옵니다. 힘찬 소리를 희생하는 대신 다양성과 섬세함을 추구하기 위해 몇 년 째 거트현을 씁니다. 악기를 억압하는 스틸현에 비해 악기를 보호하는 역할도 있죠. 습도에 예민하다 보니 정확한 음정을 내기가 까다롭습니다.”

엔리코 파체(55)와는 10년 넘게 연주해오고 있다. 1989년 위트레흐트 리스트 콩쿠르 우승 이후 활발하게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음반들과 양성원 브람스&슈만, 리스트&쇼팽 음반을 함께 녹음했다. 그는 파체를 ‘수도자같은 연주자’라고 말했다.

“엔리코와는 가족들끼리도 친합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하죠. 엔리코와 리허설 때는 만나는 시간만 정하고 마치는 시간을 정하지 않습니다. 보통 늦게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마치죠.”
파체와의 길고도 집중적인 연습은 혹독한 시간들이었다고 한다. “육체적으로는 괴롭지만 결과물이 음악적으로 만족감을 준다”고 했다.

양성원은 두 번째 베토벤 전곡 녹음을 “뿌리를 더 깊게 내렸다”고 묘사했다. 베토벤 중기와 후기의 초상화를 그리듯 베토벤을 표현하며 가까워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층위, 각도가 보인다며 “지금 이 순간 바흐보다 베토벤이 더 자연스럽다. 생물학적으로도 가까워지고 연주하는 순간 음악 안으로 들어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라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첼리스트 양성원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최근 유럽에서 직접 지휘도 했다. 독일 코블렌츠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박물관으로 쓰이는 티센 크루프 공장에서 교수진 반 학생 반의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강남심포니와 협연과 지휘를 겸했던 적이 있지만 지휘 레슨을 받은 뒤 포디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사람이 제게 ‘마에스트로’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피콜로(작은)라고 불러달라고 했죠(웃음). 실수도 많았지만 지휘엔 중독성이 있더군요. 계속 하고 싶습니다. ”

매일 아침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는 그는 "내면의 성장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인간의 목소리에 다가서는, 진실이 담겨있는 소리를 추구하며, 깊이와 섬세한 차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도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을 꼭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얻고 민속음악과 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죠. 첼로는 나무통 하나인데 이 안에서 맥박을 느껴야 음악이 전달됩니다.”

양성원은 이달 말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23일 부산, 25일 통영, 27일 대전,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다음달 1일 여수에서 엔리코 파체와 리사이틀을 갖는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공연을 거쳐 다음달 13일부터 16일까지는 여수 예울마루 실내악축제에서 연주한다.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엘가와 슈만 협주곡 녹음을 마치고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음악은 초상화라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 음악은 연습의 결과물이지만 40대부터는 매일같이 살아온 삶의 결과물이 음악이 됩니다. 요즘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류태형 객원기자・음악 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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