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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몰려온 ‘그놈’  공포…해파리 쏘임 올 4배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20면

중국에서 한국 연안으로 흘러드는 대형 해파리가 늘어나면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람이 해파리에 쏘이는 사고가 급격히 늘었고, 해파리가 그물을 찢는 등 조업을 방해하자 일부 어민은 일손을 놨다.

22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부산 해수욕장 7곳에서 발생한 해파리 쏘임 사고는 443건으로 집계됐다. 5년 전(129건)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방대원들이 포획한 해파리 개체 수도 5년 전 645마리에서 올해 1267마리로 2배가량 늘었다.

해파리가 쏘는 독성 쐐기세포에 맞으면 통증, 두드러기 등이 일어나며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8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8세 여자아이가 노무라입깃해파리에 쏘여 처음으로 사망했다.

지난 5월 국립수산과학원의 동중국해 해파리 조사에서 포획된 해파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지난 5월 국립수산과학원의 동중국해 해파리 조사에서 포획된 해파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어민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경남과 전남 연안에서는 독성을 지닌 보름달물해파리, 경북과 강원에서는 그보다 독성이 강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극성을 부린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최대 길이 2m, 무게 150㎏까지 자란다. 해파리 때문에 그물이 찢어지는 피해도 자주 발생한다. 경남 고성에서 전어 등을 잡는 이모씨는 “요즘 전어 대신 해파리만 잡고 있다”며 “남해안은 해파리와 전쟁 중이다. 일부 어민은 아예 조업을 포기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1년부터 우리나라 바다로 유입되는 해파리를 모니터링해왔다. 매년 5월 동중국해, 7월 제주 일대 해역 조사를 통해 한국으로 유입될 해파리의 양을 예측한다. 동중국해는 특히 한국 해안에서 쏘임 사고 등 주범이 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매년 4~5월 발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에 유입량이 가장 많았고, 2019년 이후로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수산과학원 김경연 연구사(해양생물학 박사)는 “수온과 염분, 먹이 상태 변화로 해파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파리 발생과 이동은 자연 현상이다. 바다에 약물 처리 등을 통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사는 “천적으로 알려진 거북이도 다른 먹이가 풍부하면 굳이 해파리는 먹지 않는 경향도 있다. 결론적으로 뚜렷한 천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해파리 발생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강화되고 있다. 2019년 도입된 ‘해파리 신고앱’(https://www.nifs.go.kr/m_jelly/index.do)은 누구나 해파리 사진을 찍어 실시간 올릴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신고 건수가 첫해 60건에서 2020년 660건, 2021년 152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신고자 답례품으로 주어지는 ‘해파리 무드등’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신고 건수가 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부터는 ‘해파리 모니터링 요원’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해파리 차단 시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대구는 해운대해수욕장 수중에 촘촘한 그물 형태의 해파리 차단막을 놓고, 해파리 퇴치 전용 선박도 운영해 해파리를 걷어낸다.

최근 5년간 해수욕장 수상구조대로 활동한 강현진 부산북부소방서 부대장은 “해운대에서는 해파리가 입욕 구간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드물고, 혹시 발견되더라도 크기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해수욕장에서도 차단박을 설치하면 해파리 쏘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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