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22일 여권의 자진 사퇴 압박에 대해 “임기는 우리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법률에 의해 정해준 것이고 국민이 정해준 국민의 명령”이라며 임기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버티기’ ‘알박기’ 논란에 대해서도 “‘버티기’가 아니라 국민이 지키라고 정해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런 용어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당선 당시 임기가 시작되면 사표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느냐’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엔 “초기에는 고민을 안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권익위라는 기관의 역할, 독립성, 중립성 등을 고민하면서 임기를 마치는 게 법치주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며 의사를 굳힌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임명돼 내년 6월까지 임기로 예정된 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권익위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를 과거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빗댔다. 전 위원장은 “정권 차원에서 사퇴 압박, 표적 감사를 통해 기관장 임원을 물러나게 해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당시 대통령실 비서관과 감사 지시한 당사자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게 이 사안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2017년 기자와 판사에게 저녁을 대접한 일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역공을 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당시 기자와 판사에게 (접대)한 것이다. 직무 관련성이 있고 3만 원 이상이면 청탁금지법 위반이죠”라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전 위원장은 다만 “구체적으로 음식물 가액이나 참석한 분들의 숫자라든지,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특히 이 사건에 대한 진정이 지난해 권익위에 접수돼 경찰에 이첩한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경찰의 종결처리에 대해선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이날 회의에서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정무직인 전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 소개 글에 ‘문재인 정부와 함께’라고 적힌 것을 문제 삼으며 “문재인 정부가 끝났는데 아직도 정무직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기 계실 게 아니라 물러난 문 전 대통령 곁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야당은 전 위원장의 근태를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임윤주 권익위 기획조정실장을 특별 감사의 제보자로 지목하며 “승진 청탁을 빌미로 내부제보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임 기조실장은 자신이 제보자라는 의혹을 부인하며 “그런 말을 퍼뜨린 사람은 공익신고자법 위반 소지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야당 의원 질의에 대해 “정상적인 감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