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법정위원회에 대해 “국민 혈세를 지키고 방송의 공정성을 바로 잡기 위해 대대적 개편 및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방통위 소관 법정위원회는 10개인데, 최근 3년간 개최 현황을 보면, 1개를 제외하고 연평균 4회 이하”라며 “특히 ‘남북방송통신교류추진위원회’는 3년 동안 단 9차례만 회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페북 발언 수위 높인 권성동
최근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연일 민감한 이슈를 골라 던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대위 출범 후 첫 주말인 이날도 방통위를 겨냥해 “법정위 구성의 편향성도 문제다, 남북방송통신교류추진위의 노영희 변호사는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비난하면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서 총을 쏴서 이긴 그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히나’라고 망언을 했다”고 적었다.
지난 13일에는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중단에 대해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면 자기 돈으로 자기 시간 내서 하면 된다. 왜 이념을 내세워 세금을 받아 가려 하느냐”고 강경 주장을 이어갔다. 지난달 권 원내대표가 “남녀갈등을 완화하겠다면서 증폭시키고 특정 이념에 편향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며 과거 지탄받던 구태를 반복한다”고 해당 사업을 중단시켰는데,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비판을 제기하자 거듭 반박 논리를 편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여성 비중이 높아야 성평등이라 주장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런 사업을 왜 세금으로 지원하느냐”, “밥 먹고 토론하고 노는 건 자기 돈으로 하면 된다”며 해당 사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중앙경찰학교 신임 경찰 졸업식에 참석한 지난 19일에도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부부가 경찰학교 졸업생들의 졸업을 격려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 내외를 옹호했다.
“허위학력, 주가조작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경찰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민주당 주장에 권 원내대표는 “(2019년) 라오스 방문 때 대통령을 앞질러 간 김정숙 여사의 위풍당당한 걸음은 무엇을 과시한 것이었나. 영부인 지위였나, 아니면 국가 원수와 동격이라는 위세였나”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반격의 소재로 삼았다. “인도 단독 순방에 대통령 휘장까지 앞세웠던 2018년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독사진은 어떤 외교적 성과를 창출했냐”라는 비판도 했다.
이런 권 원내대표가 쏟아내는 메시지를 두고 "대통령실 9급 사적채용 논란(7월 15일)·윤석열 대통령 ‘내부총질’ 메시지 노출(7월 26일) 등 실책 뒤 어렵게 비대위에 합류한 권 원내대표가 최근 ‘페북 정치’로 실점 만회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이제 ‘원 스트라이크 아웃’(한 번 위반 시 즉각 처벌)이라는 심정을 갖고 있다”며 “당분간은 ‘원내 집중, 용산 수호’ 역할을 자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비판 목소리 내는 주호영
한편 새로운 비대위 얼굴이 된 주호영 위원장은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다음 기자회견 때는 객관적인 성과가 있는 것을 좀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며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쓴다’, ‘아는 사람들 위주로 쓴다’는 것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간 소통에 대해서도 “문제 있다. 참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5세 아동의 취학 문제 이런 것들은 당과 상의만 했으면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주 위원장은 원내대표를 지낸 당내 최다선(5선)이지만, 이번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대리인’이라는 일각의 시선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주 위원장이 기존 당 지도부와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키우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가처분 결과가 (당내에) 영향을 많이 못 미칠 거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 전 대표와) 상시로 연락은 되지 않는데 간접 대화도 하고 있고 또 여건이 되면 만나려고 하고 있다”며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 관리자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그는 “이 상황이 오래되면 서로가 상처를 입지만 대통령도 상처가 많다”고 윤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가급적 이 문제를 재판으로 끝까지 공격하는 걸로 두지 말고 어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잘 해결했으면 한다. 그것을 위해 내가 많이 노력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주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1호 혁신안’을 논의한다. 유력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7일 “혁신위 해체”를 거론했지만, 주 위원장이 이틀 만에 직접 나서 “혁신위가 필요하다”고 상황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