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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백제 고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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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나는 중앙박물관 자료실에 남아 있는 조선총독부 공문서를 찾아보았다. (…) 백제 초기 고분군에 대한 분포도는 모두 여덟 장 정도 남아 있었다. 그 분포도에는 석촌동·가락동 일대에 280여 기, 방이동 일대에 16기의 고분이 표시되어 있었다. 과거 1912년 약 100기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약 300기나 되는 고분군이 확인된 것이다.” (이병호 『내가 사랑한 백제』 중)

서울 잠실 일대는 그 자체가 고대사의 거대한 유적이었다. 20세기 초만 해도 석촌동·가락동·방이동 일대에는 백제 시대 조성된 300여기의 고분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조선총독부가 조사한 결과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고분은 왜 볼 수 없게 됐을까. 일본인이 도굴하고 파괴한 것일까. 같은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1970년대 잠실지구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철저하게 파괴되어 지금은 그 흔적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서울에 있던 백제 고분에 대해서는 20세기 초반 작성된 도면이나 사진 말고는 달리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 (…) 석촌동 고분군이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한 1970년대에는 석촌동 3, 4호분을 제외하면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고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로 주목받았던 김해 구산동 고인돌 유적이 최근 복원정비사업 중 원형이 크게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 유적이 관리 부실이나 개발 때문에 망가지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에 반출된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도 중요하지만, 먼저 남아 있는 것부터 잘 지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