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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측근' 배씨 80억 재산 미스터리…경찰은 "수사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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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 경기도청 총무과 5급 직원 배모씨가 소유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4층 상가주택. 채혜선 기자

전 경기도청 총무과 5급 직원 배모씨가 소유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4층 상가주택. 채혜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전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직원 배모(45·여)씨의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재산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김모씨가 살던 건물의 소유주가 배씨라는 것이 드러나면서다.

배씨 부동산만 80억?

전 경기도청 총무과 5급 직원 배모씨가 소유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4층 상가주택. 숨진 김씨의 소유로 알려진 차량이 주차돼있다. 채혜선 기자

전 경기도청 총무과 5급 직원 배모씨가 소유한 경기도 수원시의 한 4층 상가주택. 숨진 김씨의 소유로 알려진 차량이 주차돼있다. 채혜선 기자

부동산 등기부 등본 등으로 확인되는 배씨의 부동산은 어머니와 공동명의인 경기도 수원 영통구에 있는 4층 상가 주택과 서울 성북구·송파구에 있는 본인 명의 아파트 두 채 등 모두 3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른 해당 부동산 자산 가치는 50억원 정도다.

그러나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 부동산의 실제 가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 영통구의 건물(토지 266.8㎡)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배씨 소유의 건물은 접근성이 뛰어나 감정평가액보다 더 좋게 친다. 최소 35억원 이상에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가 소유한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전용면적 85㎡)와 성북구 정릉동 아파트(전용면적 115㎡)와 같은 단지 같은 평수의 아파트 매물들의 시세는 각각 24억원과 10억원 정도다. 배씨 소유 부동산의 가치가 총 69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남편과 최근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진 남편 명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전용면적 58.92㎡)는 8억~9억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자금 흐름도 추적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 국회사진기자단

배씨의 자산 규모가 드러나자 일각에선 배씨의 재산 형성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배씨가 어떤 돈으로 이런 거액의 부동산 재산을 형성할 수 있었는지 자금 흐름 등을 수사 기관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계사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할 때 소득-지출분석시스템(PCI) 등을 살펴 탈루 혐의를 보는 것처럼 다른 재산이 더 있을 수도 있고 부동산이 많다면 그 취득 경위에 대해서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법인카드 돌려막기 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배씨에 대해선 이재명 의원의 옆집을 GH(경기도주택도시공사)가 합숙소로 임대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사망한 김씨가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김혜경씨의 선행 차량 운전을 맡게 된 과정에도 배씨가 개입했다는 것도 의혹 중 하나다. 군 기무사 출신인 김씨는 이 의원이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경기도 시민감사관 등으로 일했지만, 이 의원은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검·경찰의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해 ‘언론과 검찰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 돌아가셨다”(지난달 30일)고 대응해 왔다.

배씨의 성남시청 근무 임면 사항. 자료 성남시 시장직 인수위원회

배씨의 성남시청 근무 임면 사항. 자료 성남시 시장직 인수위원회

배씨는 재산이 주목받는 건 본격적인 재산 형성 시기가 이 의원의 정치적 도약기인 성남시장 취임 이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배씨가 잠실 아파트를 9억5000만원에 사들인 시점은 이 의원이 성남시장에 취임하던 2010년 7월이다. 그 두달 뒤 배씨는 성남시청에 해외홍보 및 외빈 의전 담당 계약직(9급 상당)으로 들어왔다. 배씨가 수원 법조타운 인근 땅을 6억1600만원에 사들인 것은 2013년 3월이다. 배씨는 다음 해 이 땅에 상가주택을 올렸다.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배씨가 이재명 시장의 비서로 공직에 입문하는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재산을 불렸다는 게 문제”라며 “성남시 재직시절부터 업무추진비 사용 등과 관련해 논란이 있던 인물이기에 재산 형성 과정에 의문을 갖는 건 합리적 의심”이라고 말했다.

배씨가 지난 대선 당시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휴대전화는 해지된 상태다. 이재명 의원 측은 배씨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반응했다. 경찰은 배씨의 개인 재산 형성 과정은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재산 내역까지 들여다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일 배씨를 불러 법인카드 결제 경위와 윗선의 지시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국민의힘은 배씨를 김혜경씨 등과 함께 직권남용 및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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