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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났던 ‘사망 뺑소니’ 촉법소년들…2년 뒤 중학생 집단폭행 구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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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20년 3월 뺑소니 사망 사고 당시 CCTV에 찍힌 렌터카. [사진 대전동부경찰서]

2020년 3월 뺑소니 사망 사고 당시 CCTV에 찍힌 렌터카. [사진 대전동부경찰서]

2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대학생을 숨지게 한 10대들이 이번엔 또래를 집단 폭행해 구속됐다.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은 공동폭행·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모(16)군 등 3명에 대해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다른 공범 2명(불구속 입건)과 함께 지난달 초 서울 양천구 일대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13세 중학생 2명을 각각 5시간과 18시간 동안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법무부에 따르면 피의자 이군 등 4명은 보호관찰 중인데, 정해진 시각에 오는 보호관찰관 전화를 받으려고 피해자를 집 근처로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관찰은 소년법상 소년범이 받을 수 있는 10가지 보호처분 중 4호(단기 보호관찰)와 5호(장기 보호관찰)가 선고된 경우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주거지에 상주해야 하며, 법원은 특정 시간대 외출 제한 등을 명령할 수도 있다. 이를 어기면 법원 판단에 따라 보호관찰 대상자를 구인·유치하거나 보호처분을 변경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호관찰관 수를 늘리는 등 보호관찰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호관찰 대상자보다 보호관찰관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은 3만9291명, 소년 보호관찰관 수는 228명이다. 1명이 청소년 172명을 맡는 꼴이다. 보호관찰 제도는 소년범죄 재범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중 13.5%가 재범을 저질렀다. 같은 해 전체 소년범 재범률 32.9%(경찰청 통계)보다 낮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강력 소년사건에 대해선 검사의 ‘결정 전 조사’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 단계에서 소년 범죄를 예방하고, 위험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검사는 공소 제기 등 처분 결정에 앞서 소년의 생활환경 등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한편 구속된 이군 등은 2년 전 렌터카 뺑소니 사망사건을 일으켰던 당사자들이다. 2020년 3월, 이들 학생 8명은 서울 양천구에서 렌터카를 훔쳐 운전하다 대전 동구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이모(당시 18세)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가해자 중 6명은 사고 현장에서, 나머지 2명은 서울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이군 등이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라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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