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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목 해킹하려던 광주 고교생, 유독 영어만 못 뚫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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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광주 서구 대동고의 모습. 연합뉴스

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광주 서구 대동고의 모습. 연합뉴스

'시험지 유출 사건'의 공범인 광주 대동고 2학년생 2명이 10여 차례에 걸쳐 교무실에 무단 침입, 중간·기말고사 전과목 교사의 노트북을 해킹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영어 과목만 해킹에 실패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대동고 시험지·답안지 유출사건과 관련, 부정시험을 치른 A군(17)과B군(17)은 지난 3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2층 본 교무실과 4층 2학년 교무실, 학교 별관 등에 침입했다.

경찰은 압수수색한 노트북을 통해 USB 접속 기록을 조회, 이들이 2~4시간 교무실에 체류하며 전과목 교사의 노트북 10~15대(공동 출제 포함)의 해킹을 시도했음을 파악했다.

학생들은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1학기 중간고사 7과목과 기말고사 9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렸다.

당초 학생들은 노트북에 설치된 백신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원격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킹을 시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원격으로 해당 노트북 화면을 갈무리(캡처)하고, 그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화면 갈무리를 위해서는 매번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등 해킹이 여의치 않자 악성코드를 노트북에 심는 방식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A군과 B군은 중간고사 때는 한국사, 지구과학, 영어 등 3개 과목 유출에 실패했으며 기말고사 때는 영어 한 과목만을 실패했다.

한국사와 지구과학 과목은 해킹 기간 교사가 시험 출제를 하지 않거나 노트북을 가지고 퇴근해 실패한 것으로 추정했다.

영어 과목의 경우는 공동 출제 과목으로 담당교사가 2명이지만 두 교사의 노트북 모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유일하게 유출되지 않았다.

이 중 한 교사는 'PIN 암호 체계'를 사용해 유출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PIN은 윈도우10 소프트웨어부터 새로 도입된 암호체계다. PIN 암호는 네트워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 장소에 개인 키(비밀번호)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즉, 온라인상 비밀번호를 뚫더라도 PIN이 담긴 물리적 장치까지 빼돌려야만 컴퓨터 시스템에 접근이 가능하다.

또 다른 교사 노트북은 윈도우 계정 로그인에는 성공했으나 악성코드 파일이 보안상 실행되지 않아 화면 캡처를 실행하는 '권한 자유'를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두 학생은 일부 교사 과목에 대해 노트북 자체에서 시험지와 답안지 파일을 빼내 USB에 옮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심지어 어떤 교사는 노트북 자체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지 않기도 했다"며 "일부 과목은 원본 시험지 파일 자체가 유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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