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액체에 냉각, 에너지 사용 줄여 온난화 막아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30 00:20

업데이트 2022.07.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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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호 15면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 ⑤ 서브머

특수 냉각 액체에 데이터센터 하드웨어를 넣은 뒤 연구진이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서브머]

특수 냉각 액체에 데이터센터 하드웨어를 넣은 뒤 연구진이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서브머]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장치는 컴퓨터·스마트폰이지만,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건 데이터센터(data center)다. 데이터센터는 반도체와 전자장치가 마치 도서관에 책이 꽂혀있듯이 공장처럼 구축돼 있는 인터넷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이나 동영상을 감상하면 우리와 연결된 어딘가의 데이터센터가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에너지를 쓰고 많은 양의 열을 내뿜는다. 202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전기에너지는 200~250TWh(테라와트시)다. 그리고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전 세계적으로 약 100TWh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정보처리로 과열되는 장치를 냉각하는데 투입된다. 데이터센터를 유지·운영하기 위해서는 냉각장치와 냉각장치 구동을 위한 전기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그래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의 기업은 냉각장치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풍력으로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에너지를 줄이려면 열 발생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가 그동안 전력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 프로세서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발열이 확 늘어났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기술이 또 다른 측면에서 에너지 사용을 끌어올린 셈이다.

스페인의 스타트업 서브머(submer)는 바로 여기에 주목했다. 2015년에 설립된 서브머의 창업자 다이엘 포프(Daniel Pope)는 데이터센터의 냉각장치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엔지니어이자 프로그래머인 폴 발스(Pol Valls)와 함께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이들은 세계 데이터시장의 성장을 위해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데이터센터에서 열을 내뿜는 하드웨어를 물속에 담그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액체는 열전달율이 공기보다 높기 때문에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다만 일반적인 물은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불가하다. 하지만 전기가 흐르지 않는 액체라면 가능하다. 사실 데이터센터를 액체 즉, 물속에 담가 냉각하는 아이디어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를 통해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바닷물을 무한한 냉각수로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운영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고, 거대한 건축물인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내려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는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효율적인데, 나틱 프로젝트는 바닷가나 호수에서만 가능했다. 서브머는 사용자 가까이에서 친환경적이면서 효율적으로 데이터 서버를 냉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전기가 통하지 않고 생분해돼 환경 파괴 걱정이 없는 냉각 액체를 개발했다. 서브머의 냉각 방식은 기존 냉각 방식보다 에너지는 50%, 물은 99%, 면적은 85%를 적게 사용한다. 그러나 창업 초기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액체에 전자기기를 담가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초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와이컴비네이터에 지원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서브머는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웨덴의 벤처 투자자인 노르스캔 벤처캐피탈이 1200만 달러(당시 약 150억원)를 투자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역시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다루는 투자자 플랜트 퍼스트 파트너가 3400만 달러(당시 약 400억원)를 투자했다. 이제는 아마존, 메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계된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친환경적인 서브머의 방식인 ‘액체침식냉각’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투자금을 확보한 서브머는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함께 데이터센터에서 열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98%는 열의 형태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인텔은 메타버스의 구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1000배의 컴퓨팅 용량이 필요하다고 예상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중요하고,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의 운영을 위해서는 냉각와 에너지 회수가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문명을 살아가는 인류에게 고속도로·기차·발전소와 같은 핵심 인프라다. 빠르게 증가하는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용량만큼 사용되는 에너지, 발생하는 환경 부담도 빠르게 증가한다. 다행스럽게도 서브머 같은 스타트업이 등장해 디지털 산업 발전을 좀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풀어야할 문제에 대한 도전이다. 물론 그 도전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도전이 있기에 문제는 해결될 수 있고, 세상은 좀더 나아질 수 있다.

이동헌 주크박스㈜ 대표이사. 카이스트에서 생명화학공학과 학·석·박사, 프랑스 소르본 경영대 MBA에서 수학했으며 현대건설·삼성경제연구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 자문회의,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일했다. 블록체인 기반 IP 플랫폼 스타트업 주크박스를 창업하고, NFT를 통한 전통 산업 혁신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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