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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원의 이코노믹스

전 세계 휩쓰는 금리 인상, 2024년부터 멈춰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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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금리·강달러 언제까지…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올들어 70여 나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이 중 55개 중앙은행은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인상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21일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속속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금리 시대가 전개되고 있으며, 이 여파로 강(强)달러 시대가 도래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내 및 대외, 이중적 고충에 직면하고 있다.

고금리·강달러 경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물가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경제적 과정은 무엇인가. 달러 강세는 세계 경제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한국 경제는 어떻게 고금리·강달러 시대를 극복할 것인가.

물가 잡으려 70여개국 금리 인상
한국경제 국내외 위기감 높아져
물가 안정된 뒤엔 경기후퇴 예상
인플레 고삐 잡아야 후폭풍 줄어

물가 오름세 심리 갈수록 확산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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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모든 자산의 미래 수입 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로서 가계의 소비와 자산구성, 기업의 투자 등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금리 인상은 미래의 소비에 대해 상대적으로 현재 소비를 비싸게 한다. 그 결과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기업에는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를 감소시킴으로써 투자를 위축시킨다. 한편 고금리로의 기조 전환은 자산시장에서 풍부한 유동성 잔치가 끝나는 것은 물론 가격의 거품이 꺼지고, 이어서 찬바람이 불어올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수요 측 요인은 3분의 1에 불과하며, 3분의 2는 에너지 가격 충격과 공급망 애로 등 수요와 무관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해외 요인의 기여율은 56%에 달한다. 그런데도 왜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하는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현재 양상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상승·확산하여 종래에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서로 상승을 부추기는 이른바 ‘자기실현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인한 사태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과 금융긴축으로 대응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로 1998년 11월 6.8%이래 최고 상승을 보이며, 2020년 10월부터 20개월 연속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5% 넘게 오른 품목이 50%에 육박하여 이미 물가 오름세 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한·미간 금리 역전, 심각하지 않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러면 금리 인상 기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난달 발표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정책 보고서에 의하면, 연준 위원들의 평균 예상 정책금리는 올해 말 3.4%, 2023년 말 3.8%, 2024년 말 3.4%로 나타났다. 7월 20일 현재 연준의 실효 정책금리는 1.58%이므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26~27일 0.75%포인트를 인상할 경우, 2.33%를 기록하므로 연말까지 1%포인트 추가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 또 0.5%포인트를 인상한다면 3.8%에 도달해 인플레이션 안정 목표를 달성하고, 2024년부터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준의 전망을 전제로 한다면, 우리나라의 고금리도 내년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조기에 안정되거나, 경기후퇴가 빨리 나타난다면, 금리 인상 속도는 완화 내지는 중단되고, 금리 인하로 기조가 전환될 수도 있다.

미국 경제는 아직 양호한 고용상태를 보이나, 이미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늦어도 2023년에는 경기후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지배적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경기둔화 우려가 2개월 연속 증대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을 전제로 한다면, 한국은행이 8월부터 연말까지 1%포인트를 인상하지 않는 한 한·미 간 금리 역전(역금리)은 불가피해 보이며, 역금리는 외환 유출과 환율 상승을 가속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역금리를 피하기 위해 대내균형을 희생하면서까지 기준금리를 무리하게 인상할 필요는 없다. 2018년 3월에서 2020년 3월 사이 연준의 정책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역금리 기간이 있었다. 이 역금리 기간 외국인 투자는 주식에서 8조5000억원 유출에도 불구하고 채권에서 106조원의 유입이 발생했다. 환율이 11.4% 상승했으나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심각한 불균형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환율급등 초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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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현재 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대비 10.4% 상승했으며, 국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상반기 무역수지 104억 달러 적자와 더불어 금융계정에서도 해외 직접투자 급증과 해외 증권투자로 달러 순유출이 컸던 결과다.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자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방문한 옐런 미 재무장관은 통화 스와프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통화 스와프는 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야 할 심각성이 있는 경우, 관련 국가들과 체결해 왔다.

특히 미국 재무부의 올해 봄 환율 보고서는 한국에 대하여 국민연금의 해외증권 투자가 환율 급등의 중요한 원인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지적은 환율 상승의 원인이 한국 국내 요인에 있다는 것을 한국 정부에 일깨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올해 5월까지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는 국민연금 약 100억 달러를 포함하여 333억 달러에 달했다. 환율 상승의 원인이 상당 부분 국내 투자자에게 있음에도 미국 정부에 통화스와프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원화 환율, 엔·유로에 비해 안정세

7월 20일 현재 지난해 말 대비 달러 지수는 10.7% 상승했으며, 달러는 유로화 대비 9.1%, 엔화 대비 20.3% 상승했다. 이에 비하면 원화 환율 10.4% 상승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강달러는 다른 국가들의 구매력을 저하함으로써 세계 무역 증가를 억제하고, 자본유출을 촉진함으로써 신흥국들의 국제신용도를 손상하는 작용을 한다.

통상적으로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국은 환율 상승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경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수입하는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금리 인상 등으로 환율을 낮추기 위한 경쟁(‘역통화전쟁’)을 유발한다. 역통화전쟁은 대외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촉발해 대내균형을 희생하고 그 결과로 국민에게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고통을 가져온다. 즉 지금 각국은 금리 인상으로 ‘역통화전쟁’ 상황에 있다.

금리 0.5%포인트 인상, 1인당 이자 연 64만원 증가

7월 20일 현재 주가(KOSPI)는 지난해 말 대비 19.8% 하락했으며, 전국 집값(한국부동산원)은 2년 10개월 만인 6월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자금조달 비용지수(COFIX)는 0.4%포인트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 금리도 인상된다.

기준금리가 2021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1.25%포인트 인상되는 동안, 예금은행 대출금리(잔액 기준)는 0.68%포인트 상승했으며, 신규 대출 금리는 0.91%포인트 상승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올해 말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최소한 0.5%포인트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대출자 1인당 이자 부담은 연간 64만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금리 및 강달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며, 이것은 경제활동과 자산시장에 겨울이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 모두 대차대조표를 튼튼하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