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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지정 조건 완화한다…'수장 공백' 공정위 규제 개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유의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규제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대기업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를 축소한다. 계열회사 지정 조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의 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지만,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원장 임명이 2달 넘게 지연되면서 공정위는 사실상의 수장 공백 상황이다.

규제개선 시행령 개정, 곧 입법예고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25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중 기업집단의 총수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대기업에 적용하는 규제를 줄이는 내용이 시행령 개정의 골자다. 현재는 총수의 혈족은 6촌까지, 인척은 4촌까지를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한다. 총수는 특수관계인의 주식소유 현황 등 지정자료를 매년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으로 인정하는 친족 범위를 혈족은 4촌 이내, 인척은 3촌 이내로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총수와 먼 친척 사이에 업무상 교류가 없을 가능성이 큰 데다 자료를 모두 제출받기도 어렵다는 재계 목소리를 반영했다.

계열회사 지정 요건 개정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지정 요건도 조정한다. 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총수’나 ‘총수 관련자’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최다 출자한 회사는 계열사로 신고해야만 한다. 총수 관련자엔 모든 계열사 임원이 포함된다. 사외이사도 계열사 임원에 해당하다 보니 사외이사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회사까지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신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지난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각각 롯데멤버스‧롯데정밀화학의 사외이사 2명의 개인회사를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법 조문 상으론 총수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이전에 개별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아도 되게끔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동빈 롯데 회장. 엽합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 엽합뉴스

쿠팡으로 인해 논란이 돼온 외국인 총수 지정도 정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외국 국적을 보유한 한국계 인물도 총수로 지정할 수 있게끔 바꾸는 식이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은 내년 5월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외국 국적 보유자를 총수로 지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없어 공정위는 쿠팡에 대해서는 총수 지정을 안 해왔다. 다만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외국인에 대한 각종 규제는 법률상 한계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다리다가, 더 일정 못 미뤄

공정위는 당초 새 위원장 임명 이후 본격적인 규제개선 작업에 착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명됐다가 사퇴하는 등 공백이 길어지자 시행령 입법예고를 앞당겼다. 내년도부터 적용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개정을 끝내야 한다는 시간 제약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입법예고에 40일 이상이 필요하고 관련 의견도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계속 일정을 미루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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