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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는 일본, 1달러=140엔 땐 한국에 1인당 GDP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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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일본 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조만간 한국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일본 경제석학의 전망이 나왔다.

한·일 1인당 명목GDP 추이

한·일 1인당 명목GDP 추이

24일 일본 경제잡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에 따르면,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토쓰바시(一橋)대학 명예교수는 칼럼을 통해 “엔화 가치의 급락으로 일본의 1인당 GDP가 한국보다 낮아지고, 미국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40엔까지 떨어질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숫자상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인들이 가난해졌고 일본의 산업은 약해졌다”고 적었다.

노구치 교수는 “연초만 해도 1달러당 115엔 정도였지만, 지난 14일엔 1달러당 139엔까지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며 “다른 화폐도 가치 하락이 있지만, 엔화의 하락이 더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노구치 교수는 2020년 한국과 일본의 자국 통화 기준 1인당 GDP를 7월 중순의 환율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한·일을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40엔까지 떨어질 경우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 1인당 GDP를 앞선다.

1달러당 1316.35원의 환율을 대입한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1902달러다. 반면 일본은 1달러당 139엔으로 쳤을 때, 3만2010달러로 아직은 한국보다 높다.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보다 약 2배였다는 게 노구치 교수의 분석이다.

한·일 실질임금 추이

한·일 실질임금 추이

일본의 2022년 5월 기준 특정 화폐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실질실효환율(2010년을 100으로 기준점)은 61.77로 1971년과 거의 똑같은 수준이라고 그는 적었다.

노구치 교수는 단순히 GDP뿐만 아니라 임금 수준에서도 한일 역전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2021년의 국가별 임금(자국 통화 기준)은 일본이 444만엔, 한국이 4254만원, 미국이 8만4737달러다. 이를 달러로 환산해 비교하면 일본은 3만1714달러(1달러=140엔 기준)인데, 한국은 3만2316달러라는 것이다. 노구치 교수는 “임금과 관련해선 몇 년 전부터 한국이 일본을 앞섰는데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노구치 교수는 또한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시가총액도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 톱인 도요타 자동차는 세계 39위로 2110억 달러”라며 “대만 반도체 제조사 TSMC는 세계 11위로 4339억 달러, 한국의 삼성전자는 세계 25위에서 2991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이 뒤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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