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10㎝ 작은 아이…'이 부위' X-레이 꼭 찍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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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다른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 키가 한 뼘 이상 키가 작아요. 1년 동안 고작 2cm 정도 자랐는데 병원에 가는 게 맞을까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이다. 자녀의 키는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2차 성징이 빨라지면서 키가 더이상 크지 않을까 봐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내과 최진호 교수는 곧 시작되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래보다 10cm 이상 작을 경우 저신장증 의심해야

최 교수는 아이가 또래보다 유난히 작을 경우 저신장증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신장증이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어린이 중에서 키가 100명 중 3번째 이내로 작거나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은 경우를 말한다. 최 교수는 “성장호르몬 결핍이나 질병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부모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이나 체질적으로 늦게 성장하는 체질성 성장 지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진단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왼쪽 손목의 X-선 촬영을 통해 성장판 검사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혈액 검사를 통해 성장호르몬 결핍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성장호르몬 치료 필요…호르몬 수치 정상이면 효과↓

저신장증은 보통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골격근과 장골을 성장시켜 신체의 최종 크기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치료 시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같은 질환이 있으면 2세 이후부터 치료할 수 있고 자궁 내 성장지연의 경우에는 4세 이후부터 치료가 가능하다.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인 질환이 없지만, 키가 작은 경우를 특발성 저신장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어린 나이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무분별하게 써서는 안 된 다고 조언한다. 그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며 키가 정상 범위인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있고, 투여 시작 나이나 기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용량과 방법의 투여가 중요하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으로는 척추측만증, 고관절 탈구, 일시적인 고혈당, 두통, 부종, 구토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검사를 병행하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

성조숙증 아동 매년 3만명씩 증가

아이가 성조숙증일 경우에도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조숙증은 2차성징이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것으로 여자에서 8세 이전에 유방의 발달이 있거나 남자에서 9세 이전에 고환이 4mL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아동은 2019년 10만8000여 명에서 2020년엔 13만6000여 명, 2021년엔 16만6000여 명으로 매년 3만 명 가까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난 아이들은 정상 아이들보다 빨리 성장해 갑자기 연간 7~8cm 이상 성장한다. 사춘기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잘 자라지만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서 성장이 멈춰지므로 결국 최종 성인 신장이 작아지게 된다.

뇌종양 혹은 난소 내 낭종이 성조숙증 원인일 수도

성조숙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성조숙증은 진성과 가성으로 나눌 수 있다. 진성 성조숙증은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 증가가 조기 활성화돼 일어나는 경우다. 여아의 성조숙증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남아의 경우 2차성으로 뇌종양이나 뇌염 등에 의해 성조숙증이 오는 경우가 있다. 어린 나이에 성조숙증이 발병한 경우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해야 한다. 뇌종양의 대부분은 과오종이라고 하며 갑자기 웃는 양상의 경련이 동반될 수 있다.

가성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하지 않고 난소나 그 외 다른 장기에서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를 말한다. 난소 내에 낭종이나 종양이 생겨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되거나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이라는 병이 있어도 아이가 빨리 자랄 수 있다.

최 교수는 “항간에 음식이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특정 음식이 성조숙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비만인 아이들의 경우 사춘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호르몬이 증가해 성조숙증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튀김류 등 영양은 적으면서 칼로리가 높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은 체지방을 높이기 쉬우니 피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챙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성조숙증, 보통 2~4년 치료

성조숙증을 치료하는 목표는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로 오랫동안 자랄 수 있도록 하여 최종 키를 증가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사춘기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를 피하 또는 근육 주사로 맞게 된다. 치료를 시작하면 수 주 이내에 성호르몬의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감소해 여아는 가슴이 약간 작아지기도 하며, 남아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하기도 한다. 치료 중에는 성장 속도가 사춘기 이전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치료 전보다 오랜 기간 자라기 때문에 최종 키는 더 크게 된다.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는 정상적인 사춘기의 시작 연령까지 지속하며 보통 2~4년 정도 치료한다. 치료를 중단하면 약 3~6개월 이후 다시 사춘기가 진행되어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여아는 만 9세 이전,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의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최 교수는 “최근 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성조숙증이 아닌데도 2차성징을 늦추는 무분별한 치료가 늘어나고 있다”며 “성조숙증이 아닌데도 치료한다면 최종 키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진단이 확실한 경우에만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