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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곡 700원 다운? 차라리 음반 살래…음원 플랫폼 시장이 쪼그라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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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Proof)로 상반기 누적판매량 295만7410장을 달성했다. 데뷔 2년도 안 된 에스파는 미니 2집 ‘걸스’(Girls)로 142만6487장을 팔아치우며 ‘걸그룹 첫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 밀리언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국내 음원 시장은 이 호황이 무색하다. 써클차트가 발표한 상반기400(1위부터 400위까지) 차트의 음원 이용량은 3년째 내리막길이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3%나 감소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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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음악을 예전보다 덜 들어서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 이용자는 2019년 63.5%, 2020년 63.2%, 2021년 63.2%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문제는 음원 다운로드 이용 감소 폭이 커진 데 있다. 2019년 38.6%였던 이용자가 2021년 28.4%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다운로드 유료 이용을 줄였다는 비중은 17.6%에 달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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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차트 최태영 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늘다 보니 스트리밍 시장은 변동 폭이 작은데 다운로드 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써클차트가 집계하는 음원 이용량은 국내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합산한 수치로, 30%가 빠진 것은 다운로드 이용자 급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운로드가 대표적 ‘캐시 카우’였던 음원 플랫폼이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다.

스트리밍 시대에 굳이 곡당 700원을 내고 음악을 내려받아 듣는 이용자들은 이유가 분명하다. 바로 ‘좋아하는 가수 차트 상위권에 올리기’다. 이런 팬이 아니면 사실 다운로드를 이용할 이유가 적다. 특히 2018년부터 정부가 ‘음원 묶음 다운로드 할인’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으로 할인 구성이 사라지면서 다운로드의 비용 부담은 상당한 편이다. 멜론의 경우 1만5900원짜리 ‘MP3 10 플러스’ 이용권은 매월 10곡을 다운로드하고, 무제한 스트리밍(월 8900원)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할인이 아닌 10곡 다운로드 비용인 7000원을 그냥 제값 주고 사는 것이다. 결국 현재 다운로드 시장은 화력 강하고 주머니가 두둑한 팬덤이 지탱하는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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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플랫폼으로의 이탈도 국내 음원 시장을 위축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유튜브 뮤직(17.2%), 애플뮤직(6.5%), 구글뮤직(6.1%), 스포티파이(4.3%) 등 주요 해외 플랫폼의 점유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은 2월 기준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02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멜론과 지니뮤직의 MAU가 각각 10%, 13% 감소할 동안 유튜브 뮤직만 40% 증가해 1위 멜론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이용자(29.2%)를 더하면 멜론의 점유율(34.6%)을 앞선다.

구글이 인앱 결제(외부 결제 금지) 정책을 강행하면서 토종 플랫폼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달 말 구독료 10%를 인상한 멜론은 “수수료를 우리가 부담하고 고객에겐 최소화했다”며 “사용자 이탈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관계자는 “구글과 유튜브 뮤직의 정책에 눈치만 보고 있다. 결국은 구독료가 저렴한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다운로드 시장 축소와 경쟁 심화에 음원 플랫폼은 저마다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자체 콘텐트 확보가 대표적이다. 멜론은 ‘멜론 오리지널’ 코너를 통해 있지, 스테이씨, 더보이즈 등 컴백한 가수들과 짧은 예능을 찍어 올린다. 네이버 바이브는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하는 ‘오디오 무비’를 제작했다. 지니뮤직은 KT 그룹의 공연사업을 전담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고, 플로는 누구나 개인 라디오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플로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업체마다 단순한 음원 제공 서비스를 넘어 고퀄리티의 콘텐트로 구독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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