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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코인 다음은 집?"...미국 집 덜 짓고, 전세계 집값 하향세

중앙일보

입력

″주식, 코인 다음 폭락은 부동산.″

도지코인 창업자 빌리 마커스가 지난 6월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문구가 적힌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2차 창작물)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실(True)″이라고 댓글을 달며 해당 트윗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그냥 웃어넘겼던 그림이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각국의 저금리 정책과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달아올랐던 세계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덩치가 큰 데다 부채 규모도 만만치 않은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다른 자산보다 실물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지코인 창업자 빌리 마커스가 지난 6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다음 폭락을 부동산″을 상징하는 밈(meme) 사진. 일론 머스크가 ″사실이다(True)″라고 댓글을 달며 화제가 됐다.

도지코인 창업자 빌리 마커스가 지난 6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다음 폭락을 부동산″을 상징하는 밈(meme) 사진. 일론 머스크가 ″사실이다(True)″라고 댓글을 달며 화제가 됐다.

경기 침체 공포 속 부동산 시장도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6월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이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6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달보다 2% 줄어든 156만건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58만건)도 밑돌았다. 신규 주택 허가 건수(169만건)는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적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택 착공과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향후 주택 공급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래에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건설업자가 허가를 덜 받고 덜 짓는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의 집값은 오름세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존 주택 중위 가격은 40만7600달러(약 5억3498만원)로, 전달(39만1200달러·5억1345만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의 경우 사용가치가 있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아니라면 집값이 내려갈 때 팔기보다는 들어가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자산 중 가장 마지막에 떨어지는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부동산) 거래량 지표나 가격 지표에서는 유의미한 감소세가 보이지 않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공급 지표에서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빠르게 얼어붙는 미국 내 부동산 심리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하는 주택시장지수에서도 드러난다. 7월 주택시장지수가 전달보다 12포인트 낮은 55로 집계됐다. 이런 하락 폭은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 4월을 제외하고 조사가 시작된 37여년 만에 최대다.

기준점(50)을 상회한 것은 여전히 확장 국면을 뜻하지만, 미국에서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해당 지수가 무려 24포인트 하락한 만큼 부동산 시장의 냉각 속도가 가파른 셈이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시장지수 중 향후 6개월 미래 판매 기대지수가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했는데, 주택경기의 추가 둔화를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주택 수요 둔화는 미국의 ‘수퍼 긴축’으로 급등하는 모기지 금리 때문이다.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 평균은 현재 연 6%에 육박해 올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김상훈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상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주택 경기에 미칠 추가 영향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긴축의 대열에 합류한 영향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세계 부동산 붐이 꺼지고 있다”며 "그동안 세계 부동산 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의 집값 하락 조짐이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의 6월 집값은 사상 최고였던 올해 초와 비교해 약 8% 떨어졌다. 뉴질랜드의 6월 집값 역시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말 대비 8% 하락했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의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올해 1분기 10.2% 상승했는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상승률은 3.3%로 2분기 연속 둔화했다.

WSJ은 “집값 하락은 갑작스럽게 자산 증발을 경험한 주택 소유주의 소비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부동산은 부채를 일으켜서 사는 자산"이라며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불거지면 은행 등을 통해 금융 시장에 파급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유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단초가 바로 부동산 시장의 부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와 달리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기 문제는 신용이 낮은 차주들에게 대량의 주담대를 내준 것”이라며 “현재 미국 차주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량하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과도하게 낀 거품을 걷어내는 ‘시장 정상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솔직히 말해서 건강한 움직임”이라며 “그동안 집값이 과열된 만큼 이제는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주택시장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불쏘시개로 뜨겁게 타올랐다.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세계 집값은 평균 19% 뛰었다. 뉴질랜드의 경우 주택 가격이 지난 2년간 45%나 급등했고, 서유럽과 미국에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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