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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탄 대표’ 논란 자초하는 이재명의 당권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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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선·지선 패배 책임, 명분 없는 출마 강행

당 쇄신 가로막아 ‘민주당 리스크’ 될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후보 등록 첫날인 17일 선언했다. 그의 당권 도전은 3·9 대선 패배 뒤 80여 일 만에 치러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예상됐던 행보이긴 하다. 그러나 대선에서 진 후보가 넉 달 만에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건 정당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연패한 데 큰 책임이 있다. 대선에선 집권당 후보로, 지방선거에선 총괄선대위원장 겸  보궐선거 후보로 각각 전면에 나섰지만 내리 패배했다. 특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보선에선 본인의 텃밭인 성남 분당에 출마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굳이 연고도 없는 계양을에 나가 손쉽게 국회의원이 됐다. 이렇게 ‘방탄용 금배지’를 단 것도 모자라 당 대표까지 하겠다고 나선 건 명분도, 염치도 없으니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 의원은 경청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의원의 출마야 본인의 자유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 의원 지지율은 대개 60%가 넘어 한 자릿수에 그친 경쟁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과 성남FC 후원,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 숱한 사법 리스크를 안은 그의 당권 도전은 당의 리스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이 의원 본인도 “선거 패배의 책임은 다 내게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러면서도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는 대신 보선에 이어 전당대회 출마까지 강행했으니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이 의원이 논란을 무릅쓰고 당권을 잡으면 임기 내내 ‘방탄 대표’란 꼬리표가 붙어 당의 선명성은 빛이 바래고, 정부·여당만 도와주는 격이 될 것이란 비판을 허투루 넘기지 않기 바란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민주당 지지층이 꼽은 6·1 지방선거 패배의 최대 원인은 ‘대선 이후 당의 혁신 미흡’이었다고 지선 평가 보고서에 적시했다. 혁신이 미흡했던 원인은 ‘개딸’ 같은 강경 지지층이 주도하는 팬덤정치에 매달려 민심과 엇나간 행보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마당에 ‘방탄 대표’ 논란까지 추가된다면 2연패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민주당의 위기는 가중될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여당을 견제하면서도 민생을 책임져야 할 원내 169석의 거대 제1 야당이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2024년 총선 공천 지분을 노린 권력다툼에 영일(寧日)이 없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민주당이 무조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여긴다면 착각이다.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수권 정당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2년 뒤 총선에선 당 전체가 공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