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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개입은 안하지만 지시는 하겠다?…행안장관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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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이 확정된 가운데 행안부가 최종 발표한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확정 발표하고 있다. [사진 행안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확정 발표하고 있다. [사진 행안부]

행안부는 1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소속 (경찰·소방)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국은 다음 달 2일 출범 예정이다. 이외 경찰 인사 개선과 인프라 확충 방안도 함께 내놨다. 행안부는 “현장 경찰의 목소리를 반영해 마련한 개선방안”이라고 주장했지만, 발표된 최종안을 두고 논란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경찰 수사중립에 의문 나와

특히 최종안이 경찰청의 ‘수사 중립’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발표된 소속 청장 지휘규칙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에겐 수사를 직접 지휘할 권한이 없다. ▶소속청의 중요 정책사항에 대한 (장관의) 승인과 ▶예산 중 중요사항 보고 ▶장관·청장 정책협의회 개최에 관한 내용만 담겼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휘규칙에 수사에 관한 언급은 다 뺐다”며 “시스템상으로는 전혀 수사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개입여지를 뒀다. 이 장관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 또는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하다면 ‘수사해라’는 식으로 할 것”이라며 “수사는 전형적인 행정 행위이고, 독립적인 행정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치경찰’을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며 “(수사 지휘 권한이 없는 장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수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체적 사건이 아닌 일반적으로 미진한 수사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행안부 장관이 직접 ‘수사를 해라’ ‘마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4일 이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돼야 했을 것 중 안 된 것들이 꽤 있다”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한 바 있다.

경찰국 신설 ‘적법성’ 논란도 여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찰국 설치의 적법성을 두고도 여전히 의견이 나뉜다. 행안부는 정부조직법 등 현행 법령에 규정된 행안부 장관의 다양한 권한 수행을 위해 경찰국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역사적으로 ‘치안’ 사무가 행안부 업무에서 삭제됐던 것을 근거로 들며 행안부가 시행령만으로 조직을 만드는 건 위법하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1991년 ‘치안’을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뺐는데도 시행령만으로 새로운 부서를 만든 건 법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경찰국을 통해 인사권을 쥐고 국가경찰위원회를 무력화한 31년만의 ‘공룡 행안부장관’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반면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법에서 허용해 놓은 범위 안에서 경찰국을 조직했다고 본다”며 “행안부 장관의 역할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법률상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은 원래 있었다”며 “(경찰국을 신설해) 밀실에서 행해지던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반출신 고위직 확대·복수직급제 “당근책 vs 혜택”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인사 개선과 인프라 확충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당근 정책”이라며 비판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찰의 혜택이 대폭 늘어났다”고 옹호했다. 황 교수는 “복수직급제를 도입해 경정을 모두 총경으로 올린다는 것은 굉장한 혜택”이라며 “경찰국 국장과 (경찰국 내) 인사지원과장 등을 모두 경찰공무원으로만 보임하는 것도 경찰 입장에선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 교수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안에 경찰 인프라 확충을 슬쩍 끼워 놓는 것 자체로 의도가 뻔히 보인다”며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을 강화한다’는 식의 국민 안전에 관한 내용은 없고 오로지 권력 개편에만 초점을 맞춘 발표였다”고 말했다. 곽 교수 역시 “경무관 승진 대상자의 20%를 일반출신으로 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당장 반대를 무마시키려는 대증요법식 정책에 연연해 전문성·능력 등을 담보하지 않고 무조건 승진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로 나뉜다. 각각 ▶경찰 관련 중요정책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제청 ▶국가 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지원 등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총 16명의 인력이 배치되고 80% 이상은 경찰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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