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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슨 무명과 붙여버린 디 오픈…LIV선수 괄시하자 벌어진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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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AP]

필 미켈슨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AP]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치러지는 150회 디 오픈에 LIV 선수들은 참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존재감이 없었다.

LIV 참가 선수 23명 중 한 명도 기자회견에 나오지 못했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을 포함, 메이저 6승의 필 미켈슨, 2010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 디 오픈 챔피언 루이 우스트이젠도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기자들을 만나지 않는 건 LIV 선수들이 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봐야 곤란한 질문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IV 선수들은 경기 시간표가 나오고 나서 결국 분노했다고 한다. LIV 선수들이 이름에 걸맞지 않는 무명 선수들과 한 조로 경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루카스 허버트, 커트 키타야마와 한 조였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전성기를 지난 존 댈리 등과 묶였다. 아담 스콧, 마크 레시먼과 함께 경기한 더스틴 존슨이 그나마 가장 대우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메시지는 노골적이었다. 디 오픈을 주최하는 R&A는 LIV 선수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R&A CEO 마틴 슬럼버스는 “프로 골퍼들은 원하는 곳에서 경기하고 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나는 이에 대해 불만이 없다. 그러나 공짜 점심도 없다”고 했다.

그는 “LIV는 전적으로 돈에 의해 좌우되며 능력 위주, 공정한 경쟁 정신을 훼손해 장기적으로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슬럼버스에 의하면 선별된 소수의 선수에게 보장된 돈은 골프 생태계를 깨뜨리는 골칫거리이며 따라서 그들을 대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LIV 선수들은 지난 6월 US오픈에서는 조용히 지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괄시를 당한다고 느끼고 있다. 똘똘 뭉치고 있다.

필 미켈슨은 개막 하루 전인 14일 폴 케이시, 세르히오 가르시아, 애브라함 앤서 등에게 다양한 쇼트게임 기술을 사사했다. 모두 LIV 선수들이다.

패트릭 리드는 LIV 로고를 3개 붙이고 경기에 참여했다. 케빈 나는 “LIV 선수들끼리 연습라운드를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언 폴터는 1라운드 첫 홀에서 야유를 받았다. 티샷 OB가 날뻔했다.

그러나 폴터는 이를 극복하고 3언더파 69타를 쳤다. LIV의 더스틴 존슨, 테일러 구치, 리 웨스트우드가 4언더파 공동 4위 그룹이다. 디섐보는 3언더파를 기록했다.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자리에 갔다. 지난 달 US오픈에서는 경기 전에는 매우 시끄러웠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다.

만약 LIV 선수가 우승한다면 R&A를 비롯한 PGA 투어 진영이 난처해진다. 우승자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LIV 선수를 제외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공짜 점심을 헌납할 수 밖에 없다.

미켈슨은 이븐파로 경기를 마친 후 간이 인터뷰에서 LIV에 대한 질문을 듣고 “얼마나 더 이 답을 해야 하느냐”며 “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렸으며 이보다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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