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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구하려다 딸도 숨졌다…사람 잡은 '밭 울타리' 비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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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6시46분쯤 충북 옥천군 안내면 한 밭에서 A씨(65)와 딸 B씨(38)가 전기 울타리에 감전됐다. [사진 옥천소방서]

12일 오후 6시46분쯤 충북 옥천군 안내면 한 밭에서 A씨(65)와 딸 B씨(38)가 전기 울타리에 감전됐다. [사진 옥천소방서]

충북 옥천에서 농경지에 드나드는 유해동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전기 울타리에 2명이 감전돼 목숨을 잃었다.

13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46분쯤 옥천군 안내면 한 밭에서 A씨(65)와 딸 B씨(38)가 전기 울타리에 감전됐다.

이 사고로 A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딸 B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B씨는 밭에 간 A씨가 쓰러져 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달려가 구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야생동물 퇴치용 전기 울타리는 전류를 흐르게 해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을 퇴치하는 장치다.

감전사고가 발생한 충북 옥천군 안내면 현장. [연합뉴스]

감전사고가 발생한 충북 옥천군 안내면 현장. [연합뉴스]

지자체 지원사업으로 설치하는 전기울타리는 220V 일반전원과 태양전지, 배터리 등 저전압으로 작동한다. 충격전압은 30V 이상에서 1만V 이하의 전압을 사용한다. 전기 울타리 전선은 피복돼 있어 전압이 높은 대신 전류가 약해 야생동물이 접촉하면 놀라서 달아날 정도 수준이다. 울타리에 흐르는 순간 전압이 12V에 불과해서다. 이 정도면 접촉하더라도 ‘따끔’ 하는 수준이다. 접촉이 계속되면 전류를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A씨와 B씨는 일반 가정 등에 공급되는 전압인 220V에 감전돼 사망했다는 게 옥천군의 판단이다. 해당 전기 울타리는 지자체 지원사업이 아닌 A씨가 개인 사비를 들여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농촌지역 전기 울타리 안전대책과 영농현장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 울타리 설치 안전기준 적합 여부와 무단 시설 변경 등 전반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전사고가 발생한 충북 옥천군 안내면 현장. [사진 옥천소방서]

감전사고가 발생한 충북 옥천군 안내면 현장. [사진 옥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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