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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북핵 의지보다 국제사회 비핵화 의지가 강해”...日 사안엔 극도 신중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의지는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도 더 강력합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전체적인 대북정책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ㆍ일, 한ㆍ미ㆍ일 협력도 강조했는데, 한ㆍ일 양자 관계에 대해선 현 정세를 고려해 일단 신중한 모습이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원칙 있고 열린 로드맵"

박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은 결국 북한 자체 안보 저해, 국제적인 고립을 가져오며, 도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의지는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앞으로 계속 북한에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대북 로드맵의 골자로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 ▶제재ㆍ압박ㆍ대화의 균형 있는 활용 ▶한ㆍ미ㆍ일, 한ㆍ일 차원의 유연하고 열린 대북 접근 등을 제시했다.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북한을 '스텝 바이 스텝'(step-by-step)으로 비핵화로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포함될 것"이라며 "담대한 계획은 이를 하나의 통틀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식에서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하면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취임 전인 지난 4월에도 한ㆍ미 정책협의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찾아 "현실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이는 '바텀 업'(Bottom Up) 방식인 바이든 행정부의 비핵화 로드맵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현재 정부 내에선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정원 등 유관 부처 및 기관이 관련국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로드맵을 짜고 있다고 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한ㆍ일 언급은 '신중'

이날 기자회견에선 지난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피습 사망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ㆍ일 관계에 대해 향후 전망, 자민당 내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임박한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문제 등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일단 말을 아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해 속도감 있게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도 "일본 국내 정치 문제에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일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예의주시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건 상호 소통과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박 장관이 직접 이날 아침 주한 일본 공보문화원에 설치된 아베 전 총리의 분향소에 조문하는 등 정부 안팎에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걸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ㆍ일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는 아베 전 총리의 공백 및 조문 정국을 대화 기회로 삼으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걸 가장 경계한다"고 말했다. "추모의 진정성이 최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한ㆍ일 관계 개선에 대한 박 장관의 의지는 굉장히 강하며, 의지가 큰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오는 18~21일쯤으로 추진되던 방일 일정에 대해서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한ㆍ일 간) 조율하던 중이었는데,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계속 조율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박진 브랜드 'GPS' 5번 강조

한편 박 장관은 이날 회견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 StateㆍGPS)를 5번 언급했다. "지난 2개월 동안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인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을 위한 현장 외교가 본격화했다"면서다.

GPS는 박 장관이 취임 후 적극적으로 미는 '외교 구호'다. 그는 지난달 방한했던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서도 "'글로벌 중추 국가'는 네비게이션에 쓰이는 GPS와 영어 약자가 같다"고 말했고, 이에 셔먼 부장관은 "좋은 생각이다. 나도 같은 표현을 쓰겠다. 한국은 미래의 GPS"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GPS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 '먼저 길을 내는 선도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와 사명감을 담은 중의적 표현"이라며 "한국이 처한 위치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는 우리의 외교 브랜드이자 국가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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