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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행정관' 알고도 文청와대, 임기 마지막날 사표 수리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소속 행정관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처분 없이 문 정부 임기 마지막날 사표를 수리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행정관은 국가공무원 파견 신분이 아니라 별정직 공무원이어서 사실상 임기를 채우고 퇴직한 셈이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공무원은 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필로폰 자료사진. 연합뉴스

필로폰 자료사진. 연합뉴스

8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확보한 경찰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인사과에 재직 중이던 김모 전 행정관(35)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4월 19일 성동구 자택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체포 당일 차량 압수수색을 하며 그의 신분을 파악했고, 곧바로 청와대에 수사 개시 통보를 했다.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후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날인 5월 9일 김 전 행정관은 면직 처리됐다. 청와대가 김 전 행정관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인지한 상황이지만, 여느 때처럼 ‘평범한 퇴직’을 허락한 것이다. 당시 김 전 행정관도 주변에 “개인 사정이 있어 나가게 됐다”며 수사받는 상황을 숨겼다고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면직 대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어야 했다. 국가공무원법은 수사 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공무원의 퇴직을 제한해 놨다. 향후 혐의가 확인되면, 그에 걸맞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같은 법 78조 공무원 징계사유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다. 마약 투약 사실은 당연히 징계 사유라는 것이 법조계 해석이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월 1일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업자로부터 필로폰 0.5g을 구매한 뒤 같은 날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상 향정)를 받는다. 판매업자가 미리 약속된 장소에 필로폰을 숨기고 떠나면 이를 가져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경찰은 1월 23일 이 같은 범죄를 인지하고 3개월간 수사를 거쳐 4월 김 전 행정관을 체포했다. 그런 뒤 5월 24일 김 전 행정관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어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30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조수진 의원은 "문 정부 청와대가 행정관을 조용히 내보낸 5월 초는 지방선거 국면이었다”며 “현행법을 어긴 청와대의 윤리 의식이 처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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